"들어가면 할 게 아무것도 없어. 코치들하고 물병으로 건배하고 마실 정도라니까."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2회 연속 대회우승을 향해 힘찬 출발을 했다. 잠실구장에서 자체훈련과 연습경기까지 마친 대표팀은 19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아시아드선수촌에 입소,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20일은 한국 대표팀의 첫 공식훈련이 있었다. 야구 대표팀은 20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목동야구장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불과 1시간 30분의 짧은 훈련시간이기 때문에 야수들이 가볍게 배팅훈련을 소화,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훈련을 지켜보던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숙소에 들어가면 너무 할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선수촌은 말 그대로 잠자고 밥먹는 곳처럼 여가를 즐길만한 시설이 전혀 없다는 게 류 감독의 증언. 심지어는 방에 TV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류 감독은 "태국이랑 붙는 첫 경기가 있는 22일에는 다행히 밤(오후 6시 30분) 경기다. 같은 시간에 목동에서 경기를 하는 일본은 못 가보지만, 오후 12시 30분에 하는 대만이랑 홍콩 경기는 미리 나가서 봐야겠다. 숙소에 있어봐야 아무것도 할 게 없다"며 "대만 전력분석도 비디오로밖에 못 했다. 어차피 투수쪽은 볼게 많지 않을 것 같고, 좌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을 주로 점검해야겠다"고 설명했다.
선수촌에 TV라도 반입하고 싶지만, 전자기기 반입을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류 감독은 "며칠이나 있는다고 귀찮게 뭘 갖고오고 싶지는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할 일이 없는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국제대회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PC가 큰 위력을 발휘한다. 김현수(두산)와 양현종(KIA) 등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는 노트북을 챙겨왔지만, 이번에 처음 대표팀에 들어 온 이태양은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대표팀 막내 축에 속하는 홍성무(동의대)는 옆구리에 세계일주를 하는 보드게임을 끼고 선배들을 따라갔다. 이렇게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고 한 선수는 "놀 시간이 어디있냐"고 말해 동료들의 빈축(?)을 샀다.
훈련이 끝난 뒤 류중일 감독은 "이제 훈련이 끝났으니 저는 도를 닦으러 (선수촌에) 가겠습니다"라며 양손을 모아 합장했다. 선수촌에서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한 대표팀의 노력은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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