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드라마 복귀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가 방송 초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지난 17일 첫 선을 보이자마자 다수의 시청자들 사이 혹평이 몰리고 있는 것. 남녀주인공인 정지훈과 크리스탈의 연기보다 대본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들이 눈에 띈다. 1회에서 8.2%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2회엔 7.5%로 하락하며 원성 자자한 민심을 확인했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는 무엇보다도 가수 비가 아닌 배우 정지훈의 4년 만의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군 입대 전인 2010년 KBS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 이후 오랜만의 안방극장 컴백이라 팬들은 물론 업계 안팎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정지훈은 비란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가수로서 큰 인기를 누림과 동시에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히 다져온 상황이다.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저력의 소유자다. 신보 발매만큼 연기 행보도 흥미를 유발하는 스타다.
하지만 뚜껑을 연 '내그녀'는 정지훈이 오래 고른 컴백작이라고 보기엔 여기저기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일단 정지훈의 연기는 흠 잡기 어려웠다. 오랜만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은 감각을 뽐냈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풍기는 남성적 매력도 여전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정수정(크리스탈)과의 호흡 역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대본 그 자체였다.

'내그녀'는 '닥터챔프', '여인의 향기' 등을 집필한 노지설 작가의 작품이다. 김소연 엄태웅 정겨운 등이 출연했던 '닥터챔프'는 2010년 방영 당시 마니아층을 모으며 선전했다. 이동욱 김선아 주연의 2011년작 '여인의 향기'도 시한부 여자와 괴팍한 남자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잔잔한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내그녀'는 과연 노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구태의연하고 정체된 스토리와 짜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연의 남발, 상투적인 클리셰의 반복,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구식의 에피소드가 몰입을 방해하는 것. 일부 시청자들은 '유치하다', '옛날 드라마 같다' 등의 평가를 내놓으며 난색하고 있다.
아무리 정지훈의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작품 자체가 혹평에 휩싸인다면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 비는 2012년 전역 후 최선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숱한 제안을 고사하고 기다려왔다. 가요계를 무대로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는 줄거리는 정지훈이 원했던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품에 임하는 정지훈의 열정과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열렬했고 뜨거웠다. 마치 신인 연기자인 듯 초심으로 돌아가 발성 등 기본기 연습에 매진했고 기획사 사장이라는 캐릭터에 걸맞은 스타일링도 직접 챙겼다.
그래서 드라마가 아쉬운 반응을 얻는 현실은 더 안타깝다. 물론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는 데는 주연 배우 말고도 여러 사람들의 공이 들어가지만 아쉬운 성적의 직격탄을 맞는 건 주연 배우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내그녀'가 초반의 실망스러운 여론을 돌리고 뒷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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