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크리스 세든(31, 요미우리)의 한국 복귀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SK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겠다는 생각이다. 급할 것이 없는 모습이다.
세든은 지난해 SK에 입단, 30경기에서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더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팀 동료 조조 레이예스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이었다.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날카로운 제구와 높은 투구 타점 등을 앞세워 위력적인 내용을 선보였다. 187⅓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냈고 팀 융화력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타공인 SK의 에이스였다.
이에 SK는 지난해 시즌이 종료된 뒤 세든에게 재계약 카드를 내밀었다. 이 카드에는 상당 부분 인상된 연봉 등 SK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세든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SK보다 더 적은 연봉(5000만 엔)을 제시한 일본프로야구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택했다. 재계약을 낙관했던 SK는 세든의 마음을 돌려보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잔류시키는 데 실패했다.

세든이 적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요미우리에 입단한 것은 향후 기대치 때문이었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대개 입단 첫 해의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많은 연봉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실적’을 보여주면 곧바로 거액 계약이 따라온다. 한국프로야구 구단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다. 세든도 이에 대한 꿈을 품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첫 시즌은 실패에 가깝다.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9경기에 나가 4승4패 평균자책점 4.20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승률이 5할, 평균자책점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요미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49⅓이닝에서 53개의 안타를 맞는 등 구위 자체가 일본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한계가 드러나 6~7월에는 1군에서 단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에 세든도 한국 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세든은 “시즌이 끝난 뒤 논의해볼 수는 있다”라며 여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프로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요미우리라는 팀의 특성, 그리고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언제든지 스카우트할 수 있는 자금력을 고려할 때 세든은 분명 성에 차지 않는 선수일 것이다. 올 시즌 후 퇴출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현재 직구 구속이 135㎞도 나오지 않는다. 원래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지난해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여파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든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무조건 SK로 돌아와야 한다. 임의탈퇴 신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SK도 세든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일단 보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나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약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구위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어서다. 지난해만 못하다면 SK도 세든 카드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비교 절차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SK는 이미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한 대비 절차에 들어갔다. 트래비스 밴와트와의 재계약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며 올해 실패를 교훈 삼아 내년에는 팀 전력에서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한 선수들을 선발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리스트에는 수준급 선수들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세든에 비해 더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있다. 세든이 SK에 복귀하려면 이 선수들보다 나은 기량을 증명해야 한다. 1군 등판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은 세든으로서는 불리한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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