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첫방송한 tvN '오늘부터 출근'이 직장인들의 '공감'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자극하며 향후 행보에 관심을 높였다.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당혹스러움을 리얼하게 그려내 공감을 사고 있는 반면, 회사 스트레스에서 잠깐 벗어나고자 하는 주말 시간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연예인들이 좌충우돌 회사 생활에 나서는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이들의 모습이 자칫 조금만 장난스럽거나 엄살로 보여도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분을 살 염려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우선 회사생활을 담아내는 방식은 꽤 집요했다. 모 통신사에 입사해 오전 8시부터 출근에 나선 출연자들은 사람으로 꽉 들어간 지하철, 엘리베이터에 타기 위한 긴 줄, 8시20분부터 정숙하게 앉아 일이 시작되고 있는 사무실 풍경에 맞닥뜨렸다. 친절한 듯하지만 가시가 있는 상사의 말투, 분위기 메이킹을 빙자한 아부, 그리고 눈치 없는 동료 때문에 짜증 나는 상황까지 촘촘히 나타났다.

출연자들이 겪는 '멘붕'도 일반 신입사원과 다르지 않았다. 프린터를 연결하는 것, 수량을 맞춰 택배를 보내는 것, 창고 물품을 정리하는 것, 하다 못해 직장생활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것까지 진짜 '실력'과는 거리가 먼 일들로 '귀한' 시간을 보내고, 혼나고,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았다. 이같은 신입 역할을 이미 해봤을 김성주도 "짜증이 났다"고 할만큼 잡무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군대 예능 '진짜 사나이'가 여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풀어주고, 학교 예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학창 시절의 추억을 환기시킨다면, '오늘부터 출근'은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바로 지금 겪고 있는 회사 스트레스를 또 한번 재현했다. 숨 막히는 분위기, 실제 회사 속 모습을 또 보는 건 회사에서 유일하게 벗어나는 주말 밤, 회사원이 보기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콘텐츠임에 분명했다.
'내 일'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대해서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진짜 사나이'를 향해 실제 군인들과 예비역들이 일부 까칠한 반응을 보였듯이, 직장인에게는 '오늘부터 출근' 속 상황 및 인물에 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박준형이나, 첫날부터 지각한 예원, 신입 사원의 업무에 불만을 토로하는 김성주 등에게 "실제였으면 벌써 잘렸다"고 흥분하는 목소리가 그 방증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진상이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학교의 문제아, 군대의 고문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출연자가 그 '진상'에 가까워지는 순간, 비호감의 굴레는 꽤 단단할 수밖에 없다.
홍진호가 퇴근하면서 내뱉은 "어떻게 이걸 매일 하지?"라는 말은 직장인들의 설움에 공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일을 '진짜 매일' 견디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다음주부터는 보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될 예정. 연예계 및 자신의 터전에서는 모두 프로인 이들이 직장에 내던져져 얼마나 '바보'에 가까워지는지 보여줄 이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동시에, 직장인들의 호응까지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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