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남자 단체전에서 일본을 제압했다.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인천을 밟은 ‘배드민턴의 황제’ 박주봉 감독이 자신을 낳은 조국에 막혀 남자 단체전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1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8강에서 일본에 3-2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단체전의 경우 동메달 결정전이 없어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동메달을 확보했다. 반면 박주봉 감독의 일본은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 감독은 한국은 물론 세계 배드민턴의 역사를 빛낸 전설이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김문수와 짝을 이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에서도 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박 감독은 유도의 하형주, 역도의 장미란, 체조의 여홍철, 핸드볼의 윤경신 등과 함께 한국 스포츠의 전설로 평가받아 개회식에서 대회 기수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적장이다. 박 감독은 전날 경기를 마친 뒤 “일본 감독으로서 대회에 참가하게 돼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한국과 (8강에서)붙는 게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의욕이 강한 한국이고, 홈 이점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감독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 손완호(26, 상무)가 나선 제 1경기와 유연성(28, 상무)-이용대(26, 삼성전기)가 출전한 2경기에서 첫 세트를 모두 내주고도 세트 스코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진 3, 4경기에서는 이동근(24, 요넥스)과 고성현(27, 상무)-신백철(25, 김천시청)이 모두 무너져 2-2 동점이 됐으나 '돌아온 국가대표' 이현일(34, MG새마을금고)이 마지막 5경기서 우에다 다쿠마를 세트스코어 2-1로 제압하며 진땀승을 거뒀다.
배드민턴의 황제도 한국 배드민턴이라는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 벽의 일부는 자신이 쌓은 것이었기에 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동메달 확보, 그리고 그 이상을 위해 반드시 서로를 넘어야만 하는 대결에서 한국은 일본을 제압해 배드민턴 종목에서의 금메달 4개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한편 일본은 여자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확보했다. 전날 있었던 여자 단체전 8강에서 인도네시아와 만난 일본은 3-0으로 완승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세계 최강인 중국과의 준결승은 부담이지만, 배드민턴에서 2개의 메달을 목표로 했던 일본은 벌써 절반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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