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빛으로 과녁을 조준해 한 방에 관통하는 강심장. 하지만 경기장 바깥에서 선배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영락없는 막내였다. 사격에서 한국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된 ‘고교 명사수’ 김청용(17, 흥덕고2)이다.
김청용은 21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옥련사격장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결승전에서 총점 201.2점을 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청용은 앞서 펼쳐진 단체전 금메달까지 더해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대선배 진종오도 따지 못한 개인전 금메달을 처음 나선 철부지가 덜컥 따왔다.
진종오는 이번에도 179.3점으로 동메달에 머물러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그는 아쉬웠지만 금메달을 따낸 후배를 꼭 안아주며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김청용은 “저는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을 할 것 같다. 계속 옆에 계신 (진종오) 선배님과 오랫동안 생활을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수줍은 듯이 말했다. 태어나서 기자회견이 처음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아직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느낌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김청용은 말끝마다 진종오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시아를 제패했으니 이제 올림픽 등 세계대회에 나가서도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김청용은 “세계대회도 자신 있다. 선배님에게 많이 배우겠다”고 했다. 진종오를 우상으로 삼고 처음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던 김청용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청용은 진종오의 작은 습관까지 모두 따려하려는 듯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연예인들을 24시간 쫓아다니는 사생팬 같은 모습이었다. 김청용은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에 경기 들어가기 전에 ‘첫 시리즈를 잘 풀면 너의 실력이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결승전에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사격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하는 것’이란 말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진종오 예찬론을 펼쳤다.
옆에서 듣고 있던 진종오도 이런 후배가 대견했던 모양이다. 진종오는 “김청용 선수 진심으로 축하한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많이 축하해주십시오”라고 취재진에게 당부했다. 어린 후배가 영광스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김청용이 이런 진종오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jasonseo34@osen.co.kr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