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 문준영, 소속사 비판] 아이돌 vs 기획사, 그 애증의 관계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9.22 10: 41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제국의 아이들 리더 문준영이 지난 21일 트위터에 연거푸 쏟아낸 기획사 비판 글은 당사자인 스타제국 뿐 아니라 가요 각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문준영의 말처럼 "뜨끔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기획사와 아이돌 멤버 간 갈등의 골이 이같이 터져버릴 수 있다는 데에 따른 충격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 증명이 오가고, 변호사가 등장하는 소속사 분쟁에도 어렵게 적응 중이던 가요계는 가수가 아예 '폭로'를 예고하는 식의 자극 센 드라마를 쓰고 또 이를 통해 대중의 호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일단 문준영 '사태'는 22일 새벽 문준영과 스타제국 신주학 대표의 면담, 그리고 이에 이은 신주학 대표와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스케줄상 임시완만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의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됐다. 문준영은 언제든 가요계를 위해 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9명이 똘똘 뭉쳤다. 제국의 아이들, 스타제국, 사장님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로써 제국의 아이들은 '고비'를 넘긴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같이 단 몇시간의 '대화'만으로 해결될 일을, 왜 그 '난리'를 쳤는지 혹자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겠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간의 일이 공론화까지 될 정도면 얼마나 심각했던 것일까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또 사장님을 지키겠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문준영의 멘트는 더 의아할 수 있다. 그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 간에는 이런 식으로 갈등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요 기획사와 아이돌 가수는 단순히 어느 한쪽이 '악역'을 맡고, 다른 한 쪽이 '피해자'를 맡는 관계가 아니다. 한 배를 타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동업자이고, 너의 시련이 곧 나의 시련이라는 점에서 가족이고,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할 수 있으나 쉽게 벗어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가족보다 더한 원수가 된다.
외부로 표출되는 것은 주로 가수가 불만을 갖는 케이스지만, 반대로 가수 때문에 속앓이하는 기획자도 꽤 많다. 성과에 따라 '신분'이 널뛰기하는 스타의 특성상 스타와 기획사의 관계도 '갑과 을'이 수시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같이 낙폭이 큰 '갑을' 변화는 감정적 생채기를 남긴다.
문준영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요기획사와 아이돌의 갈등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을 때 시작된다.
가수 입장에서는 '내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기획사와의 관계를 제대로 끌어가기가 어렵다. 내가 번 돈으로 소속사 직원이 외제차를 끌고, 내가 번 돈으로 후배 가수를 키우고, 내가 번 돈이 아니면 회사가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획사 사람들이 모두 '내 돈'을 갉아먹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정산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가수 입장에선 모든 일정을 충분히 납득하고 임하기 쉽지 않다. 정확히 얼마를 받고 하는지도 잘 모른다. 기획사가 제시하는 정산서가 전부인 것이다. 수익 배분도 그렇다. 신인 시절 '초심으로' 간절하게 도장을 찍었던 계약서는 족쇄가 된다. (만족할만큼) 돈이 되지 않으니 일은 즐겁지 않고, 이리 저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생활은 당연히 노예 생활 같아진다. 외부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곪아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기획사의 실력이 의심을 받게 되면 갈등은 증폭된다. 내가 해도 이보다는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기획사가 택한 노래, 의상, 안무, 일정 모든 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매번 기획사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따르지 않게 되고, 엇박자를 내게 된다. (한 일 없는)기획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당연히 불합당해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획사는 스타가 돼서 수익이 많아진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연차별로 수익 배분율을 달리하기도 한다. 론칭 때는 회사의 부담이 크니까 회사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가다가,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수년차가 되면 가수 쪽에 비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앨범 참여 비중도 높여준다. 가수가 어느 정도 뛰어놀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세월이 지나도 수익이 많아지지 않는 경우다. 현재 가요계서 돈을 '벌고' 있는 가수는 지극히 적다. 음원 수익은 초대박 곡이 아니면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고, 행사, 광고 등이 따라줘야 하는데 이는 막강한 팬덤을 지닌 소수 가수의 몫이다. 퍼포먼스 음악은 많은 수의 그룹 멤버를 요하는데, 그러다보면 수익은 0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접수한 MIB의 강남과 갓세븐의 잭슨의 멘트는 진짜 '솔직한' 것일 수 있다. 강남은 JTBC '학교다녀오겠습니다'에서 "지난달에 10만원이 들어왔다"고 말했고, 잭슨은 SBS '룸메이트'에서 김밥집을 자주 오는 이유에 대해 "다른 식당에 갈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예처럼 착취' 당하고 있는 걸까. 사실 문화예술인은 대중이 원하기 전까지는 노동의 대가를 바라기 참 어렵다.(물론 대중이 원하기만 한다면 노동을 하지 않고도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이 직업의 매력이다) 기획사 직원들과 가수가 합심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누구도 음원을 듣지 않고 음반을 사지 않고 공연에 안갈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정산이 엉망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가수는 청춘만 날릴 수 있다. 그러나 기획사 대표는 빚을 떠안고 파산할 수도 있다.
아이돌 그룹의 리스크는 더 높다. 작곡부터 스타일링까지 모두 혼자 해내는 '아티스트'라면 5대 5 수익 배분이 당연히 말이 안되는 것이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회사 없인 안되는 아이돌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야말로 10대 청소년을 받아서 위탁 시설처럼 키우고, 가르치고, 먹이고, 재우고, 성형수술 시키고, 사고친 걸 수습하는 몫까지 모두 기획사 앞으로 떨어진다. 그룹 하나가 론칭하기까지, 한달에 수천만원이 '깨진다'.
신인 때 불리한 계약서에 사인해야 하는게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신인 세계에 '쟤 아니면 안돼'는 없다. 대체할 인원은, 어찌보면 더 훌륭하게 대체할 인원이 밖에 널렸다.
데뷔 전 멤버 두세명을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 해서 지금 그룹의 인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장담할 팀이 몇 팀이나 될까. 아이돌그룹을 움직이는 건 기획사의 기획력이다. 기획사가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수가 앨범 재킷부터 뭐 하나까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가수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없어서 기획사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이 제 1의 목표인 기획사가 재능있는 멤버를 일부러 묵혀뒀을 리는 없다.
모든 신인이 열악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능력있는 연습생인 경우, 훨씬 나은 대접을 받기도 한다. 이 기획사에는 내가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즉시 기획사와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식이 이미 '톱스타'로 보이는 부모까지 나서면 더 복잡해진다. 이 '스타 연습생'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져있는 기획사도 있다.
일단 계약은 했는데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고민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앨범을 내면 낼 수록 마이너스인데, 안 낼 수도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스타성을 잘못 판단한 자신의 탓일 수밖에.
왜 마이너스인지도 기획사와 가수가 의견이 다르다. 가수 입장에서는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맥으로 돌아가는 연예 관련 일은 프로모션 비용을 아주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게 기획사들의 입장. 단순한 예를 들어 한 연예관계자에게 수백만원 들여 접대를 해도, 그 관계자가 가수를 출연시켜주지 않으면 그 수 백만원은 그냥 날리는 것이다. 물론 가수 입장에서는 그 '무능력'이 답답하다.
최근 마이너스에 스트레스가 심한 한 아이돌 회사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가수와 기획사가 수익을 배분하면 그 돈이 왜 사장의 개인 주머니로만 간다고 생각할까요. 평일, 주말 없이 출근하고, 가수보다 먼저 일어나 일하고, 가수보다 더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직원들도 많잖아요. 대부분이 박봉이에요. 그 직원들 월급 들어가고, 회사 운영비 들어가고, 각종 프로모션 비용에 들어가는 건데, 마치 기획사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공짜로 꿀꺽하는 것처럼 말할 때면, 섭섭하죠. 그리고, 진짜 뭐 그렇게 대단한 수익도 없어요."
제국의 아이들은 좀 특이한 케이스다. 솔로 활동은 잘되는데 그룹 활동은 어려웠다. 아주 인기 그룹은 아닌데, 그렇다고 '망한' 그룹도 아니다. 더 복잡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준영의 경우에는 소속사와의 수익 배분율과 다리를 다쳐서 활동하지 못할 때 배려받지 못했던 점 등을 언급하며 소속사를 비판했었다. 이럴때 소속사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그림을 막으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일단 갈등이 봉합된 이상, 구체적인 정보가 외부에 더 공개되진 않을 전망. 다만 허심탄회한 대화로 "똘똘 뭉치게 됐다"는 점에는 양측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
스타제국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진즉 관심을 갖고 대화를 했어야 하나 서로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다 보니 당연히 알아줄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이 오해를 더 키운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더 의기투합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오늘 가요기획사 곳곳에서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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