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만큼 값진 은메달이었다. 허준(26, 로러스)과 신아람(28, 계룡시청)의 얘기다.
세계랭킹 15위 허준은 지난 2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펜싱 남자 플뢰레 결승서 접전 끝에 세계 1위 마졘페이(중국)에게 13-15로 석패,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4위 신아람도 바로 직전 열린 여자 에페 결승서 세계 3위 쑨위제(중국)와 연장 혈투 끝에 5-6으로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 맛본 패배였기에 더욱 쓰라렸다. 둘 모두 메이저대회 개인전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신아람은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금메달이 아니라 많이 아쉽다"면서 애써 웃음지었다. 허준도 "은메달을 따 굉장히 기쁘다"면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운 점이 조금 있지만 그래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했다.

금메달 만큼 값지고 귀한 은메달이었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었다. 허준은 세계 1위 마졘페이를 맞아 부상 투혼을 불살랐다. 명승부를 펼쳤다. 168cm의 단신인 허준은 빠른 발과 전광석화와 같은 찌르기로 185cm의 장신 마졘페이와 시종일관 살얼음 승부를 펼쳤다. 신체적 열세를 딛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허준은 10-11로 뒤지며 2라운드를 마감, 기대감을 높였다.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왔다. 오른 다리 햄스트링이었다. 허준은 10분의 휴식 동안 응급처치를 한 뒤 피스트에 올랐지만 석패를 면치 못했다.
허준은 "몇 달 전부터 햄스트링이 왔다가 주사를 맞고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8강부터 많이 힘들었다. 오늘 하루 무리를 해서 다시 올라온 것 같다"면서 "쉬었기 때문에 경기에 지장은 없었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관리를 잘하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신아람도 명승부를 연출했다. 168cm인 신아람은 185cm의 거구 쑨위제와 엎치락뒤치락 했다. 경기 종료 직전 4-5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종료 13초를 남기고 극적인 5-5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도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역전 드라마를 기대했다.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가 통한의 결승점을 내줬다. 잘 싸웠기에 더 짙은 아쉬움이 남는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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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