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꾼일지’ 정일우가 웃음기를 싹 지우고 분노를 차곡차곡 쌓으며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눈빛에 가득 담긴 슬픔과 복수심은 시청자들을 안쓰럽게 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정일우의 절절한 눈물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정일우는 지난 2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 15회에서 분노와 슬픔, 복수심까지 한없이 감정이 요동치는 이린을 연기했다. 이날 ‘야경꾼일지’는 12년 전 중전과 해종(최원영 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공개됐다.

이린은 어머니의 죽음에 박수종(이재용 분)이 연관돼 있고, 기산군(김흥수 분)이 자신의 어머니를 모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어린 이린을 감싸주는 것처럼 보였던 수종은 어머니를 죽게 만든 원수였고, 이복 형인 기산군은 동생을 짓밟고 왕위를 거머쥔 야심가였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과 대면한 이린은 극한의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더욱이 수종과 기산군에게 복수를 할 힘조차 없어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 절망했고 좌절했다. 그동안 어렴풋이 드러냈던 슬픔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풍류 속에 슬픔을 숨겼던 이린은 처음으로 극한의 분노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을 한껏 표출했다.
오열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고, 독기 어린 눈빛으로 수종을 바라보며 그가 야경꾼을 이용해 조선을 구해야 하는 명분을 탄탄히 했다. 그동안 다소 장난기 있던 이린의 모습은 없었다. 이를 악물고 복수를 위해 서슬 퍼런 독기를 감추는 이린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린의 각성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15회는 정일우의 눈물 연기가 극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정일우는 한순간에 폭발하는 오열로 몰입도를 높인 이후, 눈빛에 독기를 담아 이린이 향후 펼칠 복수의 긴장감을 깔아놨다. 감싸주고 싶을 정도의 안쓰러운 남자의 눈물은 이 드라마를 통해 한층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정일우라는 배우를 통해 극대화됐다.
정일우는 이린이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야경꾼일지’의 흥행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15회는 가슴 찡한 눈물 연기로 ‘눈물의 왕자’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다. 정일우의 눈물 연기가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은 조선의 실질적인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수종 앞에서 적개심을 숨기고자 애를 쓰는 과정에서 살짝 비쳐진 울먹임이 먼저 있었기 때문. 눈물을 흘리기까지 마치 예고편이 있는 것마냥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놓은 정일우의 영리한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야경꾼일지’는 다소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는 귀신 소재 이야기와 어수선할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 삽입이라는 용감한 도전을 이어가는 중. 익숙하지 않는 그림 속에 배우들의 연기와 이를 잡아주는 세밀한 연출이 중요한데 ‘야경꾼일지’는 현재까지는 큰 걸림돌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하는 정일우가 있어 앞으로 ‘야경꾼일지’가 만들어갈 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한다.
한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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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꾼일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