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민병헌 1번, 대표팀은 '류중일 야구' 연장이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23 06: 27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우타 톱타자를 선호한다.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좌투수가 선발로 나왔을 때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 류 감독의 설명이다. 물론 리그 최고 수준의 좌타 톱타자가 있다면 그를 1번으로 쓰겠지만, 기량이 엇비슷하면 일단 우타자를 1번으로 세운다.
그게 류 감독의 야구 스타일이다. 이러한 전통은 삼성 시절부터 계속해서 내려왔다. 2011년 부임 첫 해 우타자 배영섭을 톱타자로 기용, 우승을 일궈냈다. 2012년에는 배영섭이 2년 차 징크스를 겪자 좌타자 정형식과 배영섭을 번갈아 기용했고, 2013년에는 다시 기량을 되찾은 배영섭을 톱타자 자리에 복귀시켰다. 그리고 올해 삼성 톱타자를 맡고 있는 야마이코 나바로도 우타자다.
대표팀 톱타자를 봐도 류 감독의 지론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3일 태국과의 예선 1차전 톱타자는 우타자 민병헌이었다. 원래 류 감독은 마찬가지로 우타자인 황재균을 기용하려 했지만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판단으로 톱타자 교체를 단행했다.

황재균은 소속팀 롯데에서 최근들어 정훈을 대신해 1번 타자로 기용되긴 했지만, 초구 타격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향 때문에 전통적인 1번 타자로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과감하게 황재균을 1번 타자로 밀었지만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자 마찬가지로 우타자인 민병헌으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
물론 민병헌도 올 시즌 최고의 톱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손아섭, 오재원 등 발빠른 좌타 톱타자 후보들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류 감독은 민병헌을 찍었고 성공을 거뒀다. 민병헌은 22일 태국전에서 3타수 2안타 3득점 1도루 1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돌이켜보면 작년 WBC도 류 감독은 우타 톱타자를 썼다. 정근우와 이용규를 두고 정근우를 선택한 것. 대회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류 감독의 야구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다행이라면 1차전 민병헌 카드는 성공을 거뒀고, 류 감독 성향을 봤을 때 앞으로도 민병헌이 계속해서 톱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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