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문’ 한석규+이제훈, 참 좋은 조합 [첫방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9.23 07: 02

배우 한석규와 이제훈. 연륜이 빛나는 베테랑과 주목 받는 청춘스타의 만남은 탁월했다. 처음이 아닌 두 번째이기에 더욱 좋았다.
지난 22일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이 첫 방송됐다. 극 중 한석규는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 역을, 이제훈은 영조의 아들이자 온 백성이 공평한 세상을 꿈꿨던 세자 이선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세책(돈을 받고 책을 빌려 줌)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며 비극의 시작을 알렸다.
한석규가 맡은 영조는 ‘정치9단’의 정치가였다. 지적인 이미지와 사람 좋은 미소가 먼저 떠오르는 한석규였지만, 브라운관 안에서는 웃는 얼굴 뒤에 날카로운 눈빛을 감추고, 광기에 가까운 분노를 보여주는 왕이었다. 능청스러운 말과 행동을 보여주지만 이는 자신의 발톱을 숨기기 위한 방패였을 뿐이었다. “선위하겠다”는, 속내와는 정반대의 말로 이선에게 강력히 경고했다. 그의 카리스마는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이제훈이 보여준 이선, 훗날 사도세자는 천진난만한 청춘이었다. 궁궐을 막무가내로 뛰어다니고, 용포와 화원의 옷을 거리낌 없이 바꿔 입었다. 격의 없는 모습은 궁의 엄격함에 벗어나 있었다. 다혈질이었고, 그만큼 감정이 쉽게 드러나 정치 고수들의 먹잇감이 됐다. 그를 좀처럼 이해해주는 이 없는 궁에서 벗인 화원 흥복(서준영)만이 그가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흔들리는 청춘의 캐릭터는 시대를 초월해 이제훈에게 꼭 맞았다.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겨우 한 장면이었다. 이선은 허겁지겁 왕의 처소를 찾았고, 영조는 며느리에게 아들의 건강을 당부했다. 아버지의 다정한 말투에도 굳어 있는 이선의 표정과 아들 내외 부부를 향한 영조의 묘한 미소 등은 눈길을 끌었다. 짧았지만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 긴장감을 선사한 신이었다. 한석규와 이제훈이 스승과 제자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은 영화 ‘파파로티’(2012)와 비교해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또한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 했다. 신료 역의 김창완 이원종 최원영 김명국 김하균 전국환 등이었다. 이들은 각자 추구하는 바에 따라 영조 혹은 이선을 돕거나, 정치 싸움을 벌였다. 자유로운 영혼 지담 역의 김유정은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이선을 돌보는 장내관 역의 김강현은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이은 감초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연기의 품격을 말해준 한석규와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 이제훈, 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 여타 배우들. 최근엔 오히려 ‘익숙해진’ 연기력 논란은커녕 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출발한 ‘비밀의 문’이다. 이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jay@osen.co.kr
‘비밀의 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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