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스타제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던 제국의 아이들 리더 문준영이 소속사와 다시 한번 합심해보겠다고 밝힌지 이틀이 지난 24일, 들끓었던 여론도 다시 잠잠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와 연예기획사 간 갈등은 언제든 다시 대두될 수 있다는 게 가요계 전망.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이 많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문준영 사태'는 어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 모든 게 의문점만 남긴 채 갈등은 봉합된 상태. 물론 세부적인 걸 모두 밝힐 필요는 없지만 '내 일'처럼 관심을 가졌던 대중에게는 의아함이 남을 법도 하다. 광희는 우선 24일 "돈을 받아 해결한 것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화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지만, 대중에게 남은 몇가지 의문점에 대한 고민도 짚어볼 필요는 있다.


# 정산 불신, 어떻게 해결하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아이돌 가수가 체감하는 스케줄과 그에 따른 실제 수익에 격차가 발생하면 당연히 불신이 싹틀 수 밖에 없다.
문준영 역시 처음 문제를 제기하면서 "피 묻은 돈이 어디갔을까"라는 질문으로 정산 불투명성을 시사했다. 실제 예전 가요계에서는 매니저들이 행사비 등을 빼돌리다 발각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소문은 무성한 상황. 그래서 기획사와의 신뢰에 아주 조금만 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심이 가는 부분이 바로 이 정산이다.
가요계는 계약 자체가 어느 한쪽이 불리하다고 느낄 순 있어도, 정산 자체는 깔끔한 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라면 더 그렇다. 상장을 앞두고 있거나 상장사라면 깔끔한 정산은 필수다.
가요계는 인력 풀이 작은데다 회사 간 이직이 많아서 각 회사의 속사정이 비교적 널리 알려지는 편. 스타제국은 정산일을 칼 같이 지키는 회사 중 하나이기도 했다. A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스타제국 뿐만 아니라 매달, 혹은 몇달에 한번씩 정산이 있을 때마다 가수들이 직접 영수증을 챙겨보고, 자신의 기억과 대조해 정정하는 모습 등이 매우 흔해졌다. 가수들도 행사를 갈 때마다 페이는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수익이 나눠지는지 묻는 광경도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물론 가수가 직접 돈 얘기를 한다는 게 '모양 빠지는', 혹은 '벌써 돈부터 밝히는' 것으로 읽히는 분위기는 가수에게 많이 불리하다. 그래서 관련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 가능성이 높다. B 아이돌 회사 대표는 "정산에 대해서는 최대한 깔끔하게 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처럼 기획사측 변호사, 가수측 변호사가 마주 앉아 정산을 진행하고, 가수와 기획사는 음악 얘기만 하는 그림으로 나아가지 않겠느냐. 국내에도 이미 비슷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 가수는 '너무' 칼같은 정산이 오히려 힘들다. 국내 가요계는 기획사와 가수가 고용주-직원이 아니라, '예술 작품'을 함께 내놓는 관계로 보고 있다. 계약대로 함께 일을 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 당연히 버는 게 없으면 회사도, 가수도 나눌 게 없다. 이때는 회사가 훨씬 더 힘들다. 그럴듯한 컴백 한번 하는데 최소 1~2억원이 드는데, 그 손실액은 모두 회사의 몫이다. B 아이돌 회사 대표는 "손실이 났을 때 멤버들한테 한명당 5천만원씩 메우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 그런데 이익이 나면 가수들의 입장이 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 그룹 내 빈부격차는 당연한 것인가
그래도 멤버들이 '같이' 굶는 건 낫다. 진짜 문제는 빈부 격차가 벌어질 때다.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멤버들간에 소지품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 명품, 외제 자동차, 더 나아가 별도의 집을 구할 수 있는 멤버와 당장의 휴대폰 요금이 걱정되는 멤버가 나뉜다. 개별활동 때문이다. 문준영은 발목 부상으로 그룹 활동을 하지못하는 동안 경제적 고민이 굉장히 컸다고 불만을 표했던 상태. 활동이 없으면 수익이 없는 '개별 정산'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요계는 개별 정산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인이 아니면 모든 멤버들이 수익을 똑같이 배분 받는 '1/n' 방식을 못견딘다는 것. 오랜 기간 활동해온 B 아이돌 회사 대표는 "예전에 개별활동이 예능 출연 정도였을 때에는 당연히 '1/n'로 진행했다. 개별 활동 역시 그룹을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개별활동은 그야말로 멤버 개인의 역량에 따른 것 아닌가. 이를 그룹 모두에게 나누면 즉각 '잘나가는' 멤버가 불만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아직 '1/n'을 표방하는 그룹도 없지 않지만 옵션이 있다. 데뷔 초기에는 모두 그룹에 헌신하자는 의미로 '1/n'로 진행하지만 몇년 후 변경이 되도록 돼있다. C 아이돌 회사 관계자는 "데뷔 후 몇년부터는 개별로 나뉘게 돼있다. 또 전체적으로 '1/n'에 가깝더라도 저작권 등에 대해서는 다 개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정산을 하되 기획사가 다른 멤버들을 보다 더 배려할 수도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 D 회사의 대표는 "개별 정산을 하지만, 멤버별 활동이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그룹 내 위화감을 없애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배려 차원이지 아주 막을 순 없다. B 아이돌 회사 대표는 "기회가 아주 균등할 순 없지만, 똑같이 시작해 누군 잘나가고 누군 뒤쳐지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잘하는 친구들까지 막을 순 없다"면서 "다만, 그들의 개별 활동 스케줄에 맞추느라 다른 멤버들이 그룹으로 활동할 기회까지 많이 빼앗겼다면 컴플레인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멤버를 아예 제외하고 남은 친구들이 더 그룹에 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진 않을까. 가요관계자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아이돌그룹 E 회사 관계자는 "인기 멤버가 무대에 설 수 있을 때와 없을 때, 행사 페이가 1000~1500만원 가량 차이 난다. 특정 멤버가 스케줄 때문에 빠지면 아예 섭외 조차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인기 멤버가 제외되면 그룹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게, 냉정하지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아이돌 월급제는 가능할까
아이돌 가수의 경제적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되자,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연예인 월급제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저 생활비는 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아이돌 가수가 수익이 거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가요계는 이 역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수익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수억원의 빚이 생겼음에도 숙식, 차량 이동 등은 보장되는데 이 정도면 오히려 좋은 조건이 아니냐는 것.
무엇보다 가수와 기획사간 관계가 더 불안해지고 있어 월급제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는 풀이다. D 회사 대표는 "일본은 가수와 기획사의 관계가 아주 오래간다. 그래서 잘 나갈 때나, 못 나갈 때나 챙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연예계는 잘될 때 '한 방'을 터뜨리려는 성향이 있지 않나. 꾸준한 월급제는 어렵다"고 말했다.
B 회사 대표도 "기획사가 바뀔 수 있으면, 잘 못나갈 때 월급까지 주는 시스템은 어렵지 않겠나. 일본은 연예인을 '직업'으로 보지만, 우리는 그런 직업 의식이 별로 없다. 자신들로 인한 손해는 메우지 않지만, 수익이 많이 생기면 더 달라고 확확 변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래서 수익, 성과 중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문제도 짚었다. 그는 "일본은 레코드사와 기획사가 분리돼있어, 레코드사에서 음반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사, 가수는 돈을 대지 않는 대신 자기 몫, 아주 일부분의 인세만 가져간다. 그런데 우리는 유통 빼고는 기획사가 모두 돈을 댄다. 음반이 망하면 기획사도 망한다. 유통 수수료 빼고 나머지 70% 가량을 가져온다 해도 그 안에 뮤비, 재킷 등 온갖 제작비와 프로모션비 지출이 다 포함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시장에서는 마이너스다. 일본의 안정된 시장과 우리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F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걸그룹을 데뷔시켜 활동을 두번 했는데, 기획사 마이너스가 4억원이다. 회사 자체도 힘들어져서, 멤버들은 각자 다른 아르바이트를 겸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물론 가수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다. 특히 수익이 날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다음 그룹이 출격하면 낭패감은 더 크다. 아이돌그룹들은 컴백 소감으로 "사장님이 또 앨범을 내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번에 안되면, 우릴 해체시키고 다음 그룹을 낼 것 같다. 마지막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 방송국은 비정한가
사실 이번 '문준영 사태'로 가장 날벼락을 맞은 건 KBS '드림팀'이다. 문준영이 2012년 5월 컴백 직전 '드림팀' 녹화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는데, 이를 자세히 밝힐 수 없었고, 방송사 측은 과일바구니 하나 들고 왔다고 밝혔기 때문. 그러면서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소화해야 하는 방송사 문제도 암시해 큰 화제가 됐다.
우선 컴백을 앞두고 '무리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야 하는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컴백 직전 녹화를 해야 방송이 컴백 직후 나갈 수 있고, 컴백 직후 미디어에 멤버들이 많이 노출돼야 신곡이 홍보되는 건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또 음악 프로그램 순위 집계에서 매주 방송 노출 빈도를 조사하는 '방송 점수'에도 유리하다. 컴백 1~2주 안에 음원, 음반, 유튜브, 방송 점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음악프로그램 1위를 노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수들은 이 1~2주 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곡을 낸 주간이 아니면 방송 노출은 사실상 필요 없는 것으로도 풀이하고 있다.
방송사는 최대한 안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녹화에 앞서 제작진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현장에 구급차 및 의료진을 대기시키고 있다. 물론 어느 녹화나 그렇듯 사고는 있을 수 있다. 보험 처리 역시 되고 있는데, 문준영도 보험사에서 발목 골절상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지급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준영이 '입을 열 수 없었다'는 것은 인기 가수가 방송 녹화 중 다쳤다고 하면 방송으로 화살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제작진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들이 녹화 중 일어난 사고가 외부에 기사로 나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하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제작진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한 가요관계자는 "예능 제작진과 가요기획사 간에는 서로 돕고 도와주는 끈끈한 관계가 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