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보살’ 미워할 수 없는 푸이그의 어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23 15: 26

때로는 과욕의 플레이로 눈총을 사지도 하지만 이런 수비 때문에 미워할 수가 없다. 야시엘 푸이그(24, LA 다저스)가 그림 같은 송구로 자신의 재능을 과시했다.
푸이그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2-2로 맞선 연장 11회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다저스가 버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푸이그의 강력한 어깨, 그리고 총알 같은 송구가 없었다면 다저스로서는 일찌감치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은 연장 11회 1사 1,2루였다. 10회 마운드에 오른 브랜든 리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브랜든 크로포드의 중전안타가 터졌다. 2루 주자 벨트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뛰었다. 타구가 잘 맞아 속도가 빨랐다는 점은 있었으나 벨트의 스타트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다. 세이프가 될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푸이그의 어깨는 벨트의 홈 도착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타가 나오는 순간 재빠르게 대시한 푸이그는 지체 없이 홈 송구를 했다. 이 송구는 홈을 지키고 있던 포수 부테라에게 정확히 연결됐고 결국 벨트는 자동 아웃됐다. 송구 거리에서는 리그 정상급인 푸이그의 어깨, 그리고 정확한 ‘제구’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잡아내기 어려운 수비였다.
푸이그는 우익수에서 시즌 중반 중견수로 이동한 뒤 자신의 수비 재능을 뽐내고 있다. 물론 불필요한 송구, 과욕이 엿보이는 동작 등에서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사실 이날 3회 당시 수비도 우익수 맷 켐프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실점의 빌미가 됐다. 기본기의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엄청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도 엄청난 다이빙 캐치를 만드는 등 중견수로도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 신체 능력이 좋아 잘 다듬기만 한다면 분명 최고의 중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다저스 벤치의 확고한 믿음이다.
이로써 푸이그는 시즌 13번째 보살을 기록, 메이저리그 외야수 중 리그 전체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위다. 현재 세스페데스(보스턴)가 15개의 보살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푸이그의 어깨도 리그 최정상급임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날 다저스는 13회 접전 끝에 패했지만 푸이그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소유자임은 다시 한 번 확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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