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펜싱] '2관왕' 이라진, 新 사브르 여제 탄생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9.23 19: 12

단 한 번이면 충분했다. 내내 부진하던 여자 사브르의 이라진(24, 인천중구청)이 마지막 순간 빛을 발하며 2014 인천아시안게임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지연, 이라진, 황선아, 윤지수로 짜인 여자 사브르 대표팀(6위)은 23일 오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서 혈투 끝에 중국(7위)을 45-41로 힘겹게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라진은 이날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섰지만 선천에게 2-5로 끌려갔다. 절치부심, 4번째 주자로 피스트에 올랐지만 자신보다 랭킹이 한참 낮은 치엔지아루이에게 3-5로 졌다. 고개를 떨군 채 피스트를 내려왔다.

동료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윤지수가 상위 랭커들을 제압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김지연이 30-28로 역전을 만들었다. 윤지수도 35-32로 리드를 유지했다. 중요한 순간 이라진이 다시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연 새로운 펜싱 여제다웠다. 위기의 순간 빛을 발했다. 중국의 히든카드였던 리페에게 5-1로 압승, 한국에 40-33의 리드를 선사했다. 이라진이 뒷심을 발휘한 한국은 어렵게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라진은 그간 '1인자'이자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선배였던 김지연(26, 익산시청)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서 김지연이 개인전 금메달의 역사를 쓸 때 32강 탈락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피스트에 오르고 내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오로지 2관왕을 향해 훈련에 매진해왔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이라진은 이번 대회 개인전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운명의 장난일까. 금메달을 다툴 상대는 세계 최강 김지연이었다. 모두가 김지연의 우승을 예상했다. 세계 강호들이 모두 출전하는 올림픽을 제패했던 김지연의 승리가 당연한 듯보였다. 세계랭킹도 6위 김지연 보다 6계단이나 낮은 12위였다.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이라진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리드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초반 7-3으로 앞서가더니 줄곧 리드를 유지했다. 김지연의 추격해오자 15-11로 따돌리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 우승으로 4년 전 은메달의 아쉬움도 모두 떨쳤다. 이라진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서 김금화 김혜림 이우리와 함께 단체전에 나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4년 만에 숙원이던 단체전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아시아를 제패한 이라진은 이제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겨누고 있다.
doly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