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야구의 최강국을 자부하는 일본이 파키스탄을 맞아 고전했다.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여겼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코 쉽지 않은 경기를 치러야 했다. 당초 5·7회 콜드게임에 대한 계산이 있을 법도 했으나 결국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일본은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파키스탄과의 조별예선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9-1로 이겼다. 이로써 일본은 2연승을 거두며 조 1위로 예선 통과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찜찜함도 남는 경기였다. 당초 일본의 완승이 예상됐던 경기였지만 흐름을 조기에 잡지 못한 끝에 9회까지 모두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공·수 양면에서 그렇게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일본은 최정예 전력이 아니다.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빠졌다. 사회인 선수들을 위주로 명단을 짰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좋은 기본기 등 몇몇 부분은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아 대표팀의 경계 대상으로 손꼽혔다. 여기에 파키스탄은 야구 불모지에 가깝다. 서남아시아에서는 가장 강한 나라로 평가되지만 동아시아의 수준과 비교할 바는 안 된다. 선수들의 기량, 그리고 자국의 야구 저변 등을 모두 따져 봐도 그렇다.

그래서 일본의 완승은 쉽게 그릴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첫 경기에서 중국을 대파한 기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초반 고전한 것이 결국 경기 내내 일본을 괴롭혔다. 1회 안타 세 개를 허용하며 먼저 실점했고 1회 공격에서는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후 파키스탄의 자멸과 어설픈 플레이 등으로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 역전했지만 6회까지 그 어떤 이닝에서도 3점 이상을 뽑는 ‘빅 이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마운드야 정신을 차린 뒤 파키스탄의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으나 타선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몇몇 선수들은 장타력을 발휘하는 등 분전했고 경기가 진행될수록 한결 나은 모습을 드러냈으나 한국 마운드를 위협할 정도의 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파키스탄의 얇은 투수진을 고려하면 6회 이후에라도 폭발적인 힘이 나왔어야 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었다. 일찌감치 경기를 끝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일본은 7회까지 7점을 내는 데 그쳤고 콜드게임 요건을 갖추지 못해 9회까지 모두 경기를 해야 했다. 22일 시작된 이번 대회 야구 종목은 이 경기 전 끝난 총 4경기가 모두 콜드게임으로 끝났다. 그리고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9회 경기를 모두 소화한 첫 팀이 됐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프로 선수들이 나선 한국을 꺾은 당시의 전력과 짜임새는 분명히 아니다. 대표팀으로서는 분명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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