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야경꾼일지' 정일우라 쓰고, '연기 甲'이라 읽는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9.24 07: 06

‘야경꾼일지’ 정일우가 한 층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귀기에 씌어 본래의 밝은 모습을 잃어버린 채 잔혹하게 변해가는 그의 연기는 앞서 비슷한 상황을 연기했던 아버지 최원영에 비교해도 부족하거나 모자라지 않았다. 덕분에 극을 보는 시청자들의 몰입감은 정점을 찍었다. 
23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극본 유동윤, 방지영, 김선희 연출 이주환, 윤지훈)에서는 아버지 해종(최원영 분)을 파멸로 이끌었던 억귀에 씌게 되는 이린(정일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린은 간밤에 억귀가 다녀간 이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꿈이었다. 꿈에서 “용상을 되찾으라”는 메시지를 들었던 그는 그 길로 형이자 자신의 후계자 권한을 빼앗은 기산군(김흥수 분)을 찾아가 칼로 그를 베어 버렸다. 비록 꿈이었지만, 억귀는 이처럼 서서히 그의 영혼을 지배해가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이린은 시도 때도 없이 억귀의 조종을 받았고, 그에 따라 인격도 변화했다. 그간 철저히 경계했던 박수종(이재용 분)에게는 기산군으로부터 자신의 왕위를 빼앗는 일에 힘을 써달라고 말하며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고 사담(김성오 분)에게도 “자네가 야경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거 잘 알고 있다. 자네가 전하가 아닌 내 사람이 된다면 나도 자네를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와 결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심지어 이린은 외면해왔던 수련(서예지 분)에게조차 “앞으로 낭자의 마음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큰 뜻을 이루기 위해 낭자가 내 힘이 돼 달라”고 말하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은 억귀 때문이었다. 억귀는 그의 영혼을 조종하고 있었고,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조상헌(윤태영 분)이었다. 앞서 자신이 모셨던 해종도 같은 증상을 겪었던 것을 기억하는 그는 치료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알린 치료법은 천년화였다. 단, 해종이 과거 구해온 천년화는 악귀에 의해 오염이 된 것이 문제였고, 마고 족 출신 무녀인 도하(고성희 분)만이 천년화를 정화시킬 수 있었다.
꿈 속에서 억귀와 싸우던 이린은 강한 귀신에 속수무책 당했지만, 끝내 사랑하는 연인의 도움을 받아 억귀에서 풀려났다. 억귀가 물러가고, 깨어난 이린은 연인의 입에 키스를 하며 고마움과 애정, 안도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정일우는 누구보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역할은 한 회 안에 한 인물이 겪는 다양한 변화의 스펙트럼이 그려지는 만큼 섬세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어려울 수 있는 역할이었다. 정일우는 어디엔가 홀린 듯 초점 없는 눈빛에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맹렬한 공격성, 억귀에 사로잡혀 변해버리는 눈빛 등을 순차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린이면서도 이린이 아닌 상황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정일우의 연기력에 보는 이들도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임을 인증하는 모습이다.
한편 '야경꾼일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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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꾼일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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