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우천 변수? 휘둘리면 金자격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24 06: 54

비가 온다. 금빛 시나리오를 짜놨던 야구 대표팀에는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구상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실력으로 이겨내면 그만이다. 비에 휘둘린다면 금메달의 자격이 없다.
22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15-0, 5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하며 상큼한 발걸음을 내딛은 야구대표팀은 24일 오후 6시 30분부터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대만과의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조 1위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경기인 만큼 한국이나 대만이나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기다.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의 전력이 강하지 않아 사실상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비다. 한반도는 24일 내내 소멸된 태풍 풍웡이 남기고 간 비구름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남부지방에는 비가 시작됐고 이 비는 밤사이 중부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상청이 예보하는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20~60㎜ 정도다. 수도권은 이보다 적은 비가 올 가능성도 있지만 돔 구장이 없는 현실에서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회 본부도 준비에 들어갔다. 비가 올 것을 대비해 방수포 등 제반적인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취재진에도 향후 일정을 공지하는 등 긴장 상태다. 만약 비가 와 경기를 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면 취소된 경기는 예비일인 26일 열린다. 24일 경기가 취소되면 우리는 25일 홍콩전, 그리고 26일 대만전으로 예선전 순서가 바뀐다.
때문에 경기 취소 여부에 따라 대표팀이 생각하는 구상이 바뀔 수도 있다. 대표팀은 24일 대만전 선발로 양현종을 예고한 상태다. 이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 양현종은 26일로 등판을 바꿔야 한다. 마운드 총력전을 구상했던 터라 불펜 투수들의 포커스도 자연히 26일로 옮겨간다. 여력이 있는 불펜이야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예정일이 바뀐다는 것은 선발 투수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만전에 대비해 컨디션을 끌어올려놨던 타선도 25일 홍콩의 느린 공을 또 보고 26일 대만과의 맞붙어야 한다. 태국전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느린 공을 봤던 타자들은 “타격감을 올리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25일부터 휴식일 없이 결승까지 4일을 내리 뛰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두 경기를 마친 대만·일본에 비해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만은 이틀을 쉬며 느긋하게 한국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프로 무대에서 이미 우천 변수를 충분히 경험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한 투수코치는 “우천으로 선발 등판이 밀리는 경우는 흔하게 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아예 이틀 뒤로 미루는 경우도 있는데 비가 양현종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 정도는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선수다. 대만도 마찬가지 상황 아니겠는가”라며 준비 과정에 이상만 없으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어차피 홍콩과의 경기는 선발로 내정된 홍성무가 전 게임을 다 던질 시나리오까지 세워둔 상황이었다. 5회 콜드게임을 염두에 두고 불펜 소모를 아낀다는 계획이다. 타선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타격감이 향상되고 있는 과정이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 대표팀 내부에 흐르는 자신감이다. 이 정도 핸디캡은 극복해야 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표팀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도 금메달 자격이 없다. 하늘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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