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마담뺑덕', 정우성을 벗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9.24 07: 55

배우 정우성이 '19금 심학규'에 온 몸을 내던졌다.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마담 뺑덕'(임필성 감독)이 지난 23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이라는 원형적인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차용한 영화다. 이야기와 설정, 캐릭터는 현대적으로 비틀어지고 뒤집혀졌다. 무엇보다 지난 해 '감시자들', 올해 '신의 한 수'를 연타 성공시킨 정우성이 데뷔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노출 연기, 부성애 연기, 맹인 연기 등에 도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흥미를 끌어모은 상태다.
공개된 '마담 뺑덕'은 결국 사랑에 관한 영화다. 본능적으로 여자를 홀리고 다니는 남자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채 흔든 이런 남자에 지독한 애증을 보이는 한 여자의 모습에서 사랑에는 한 색깔만 있는 것이 아님을, 맑기도 혹은 탁하기도 한 여러 색이 혼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 설화 '심청전'이 현대극에 차용되면서 뺑덕의 존재가 중심에 내세워졌고, 심학규 역시 여자, 술, 도박(한꺼번에 빠지는 게 금기시되는)에 중독돼 파멸에 치닫는 인물로 재창조 됐다.
 
이런 심학규로 분한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데뷔 처음으로 19금 베드신,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전라 연기를 펼쳐냈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읽었지만 반면에 '하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결국 대본의 힘에 이끌려 마음을 바꿨다는 그다.
정우성은 이 영화로 배우로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할 수 있을 것을 했다. 영화는 수위가 약하지 않은데도 보고나면 베드신보다 인물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눈이 거의 먼 학규와 다른 생각을 지닌 덕이의 도발적인 정사 장면은 그 행위보다 학규의 신음하듯 희열하듯 희번덕거리는 눈 먼 연기가 더 잔상에 남는다.
사랑을 하며 느끼는 모든 감정의 형태들이 펼쳐지고 학규의 캐릭터 역시 휘몰아친다. 리듬이 느리고 여백이 있는 영화인데도 인물의 감정선은 폭주하고 육체는 본능에 폭발한다.
앞서 19금 멜로로 주목받았던 영화 '인간중독'의 주인공 송승헌이 밀어낼 수 없는 운명의 사랑 앞에서 숭고하게, 그러면서 현란하게 조각같은 몸을 과시했다면, '마담 뺑덕'의 정우성은 역시 감탄스러운 몸매를 전시하지만 처절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욕망에 치달아 눈이 멀어가는, 다소 철없고 이기적인 아버지라니. 무책임과 에고로 폭주하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남자가 그 욕망의 대가를 겪고 큰 인생의 여행을 하는 이 이야기를, 정우성은 안 할 이유가 없었던 듯 하다.
 
욕망을 좇아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한 순간도 고상함을 잃지 않는 옴므 파탈 학규와 순수한 처녀에서 집착의 악녀로 변해가는 덕이의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우아하다.
연출을 맡은 임필성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심청전' 자체가 효를 얘기하는 윤리적 판타지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화가 지향하는 스토리는 반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의 대가에 대한 이야기, 윤리적인 결말을 제안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10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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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뺑덕'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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