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볼링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 김의영(57) 감독이 금메달의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을 함께 드러내 흥미를 모으고 있다.
김의영 감독이 이끄는 태국 남자 볼링 대표팀은 지난 23일 경기 안양호계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볼링 남자 개인전에서 라릅 아파랏 야나퐁(31)이 6게임 평균 219.83점(합계 1319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태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쿠낙손 시시폴이 평균 216.50점(합계 1299점)으로 동메달을 추가, 볼링 대회 첫 날 금과 동을 한 번에 가져가는 쾌거를 거뒀다.

태국 사령탑 김의영 감독의 얼굴에서는 시종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금메달의 의미는 남달랐기 때문이다. 모국 땅에서 따낸 쾌거라는 점 뿐만이 아니다.
우선 태국은 전날까지 동메달만 4개를 따내고 있어 금메달 소식이 절실했다. 결국 태국에 첫 금맥을 터놓은 것이다. 태국이 볼링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5인조전 이후 처음이다. 무려 28년만에 태국에 금을 안겼다. 특히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은 태국 볼링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 하나. 김 감독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랍에미레이트(UAE) 볼링대표팀을 지도한 '중동 진출 1호' 지도자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해임 통보를 받은 후 지난 8월부터 태국 대표팀을 맡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가지 태국에서만 11년 동안 지도자로 활동한 만큼 태국이 김 감독을 필요로 했다. 결국 김 감독은 팀을 맡은 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가운데 기쁨을 누렸다.
마지막은 김 감독 개인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거의 모든 것을 이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없었다. 언젠가 그 꿈을 이룰 때 미련없이 볼링계를 떠날 것이라고 마음을 먹으며 각오를 다질 정도였다.
이에 김 감독은 경기 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었다. 이제 그 꿈을 이뤘으니 여한이 없다. 평소에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당장 은퇴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진지했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지만 목표를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김 감독은 "앞으로 내가 가진 열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까지만 태국을 맡기로 돼 있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정말 은퇴를 할지 아니면 지도자 생활을 계속 이어갈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감독의 영입을 제안한 국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은 "내가 어릴 때부터 아들처럼 생각하며 키웠던 야나퐁이 금메달을 따서 기쁨이 두 배"라면서 "야나퐁은 내년 있을 SEA(남동아시아) 대회를 마치고 은퇴할 예정이라 이번 금메달이 더 뜻 깊다"고 흐뭇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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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낙손 시시폴-라릅 아파랏 야나퐁-김의영 감독 / 볼링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