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태극전사 감동의 투혼, 하지만 중계는 없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9.24 13: 00

태극전사들이 연일 감동과 투혼으로 인천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잘 모른다. 좀처럼 경기가 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23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후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본 이들은 현장에 있던 관중들이 전부였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경기는 자정이 다 돼서야 끝이 났다. 마지막 5경기까지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한국은 손완호의 단식과 이용대-유연성 조의 복식에서 연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단식 이동근(24, 요넥스)과 복식 김사랑-김기정 조가 연이어 무너졌다. 마지막 주자 이현일의 단식경기에 모든 것이 걸린 상황. 이현일은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도 가오환을 2-0으로 요리하며 맏형다운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배드민턴장에는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입장객들이 줄을 서 장관을 이뤘다. 선수들만큼이나 응원전 또한 치열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이 득점을 올릴 때마다 관중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이에 질세라 대규모 중국 응원단은 ‘짜요!’를 외치며 맞섰다. 이현일이 마지막 득점에 성공하자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코트로 난입해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공중파에서는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시청자들은 하는 수 없이 중국방송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네티즌들은 “한국 경기를 왜 중국방송으로 봐야 하느냐?”, “우리나라 방송사는 뭐하나? 이런 경기 중계 안하고?”라며 불만을 성토했다. 생방송으로 보지 못한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짤막하게 소개될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이 보지 못하고 넘어간 명장면들이 부지기수다. 24일 오전 벌어진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나윤경(32, 우리은행), 정미라(27, 화성시청), 음빛나(23, 상무)로 구성된 한국은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역시 중계는 없었다. 팬들은 짤막한 기사로나마 태극낭자들의 활약상을 전해 들었다.
물론 방송사도 사정이 있다. 5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경기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다. 전문 스포츠채널도 아닌데 편성표를 무시하고 수많은 아시안게임 종목을 모두 중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심야시간에 긴급편성을 통해 금메달을 따는 생생한 장면을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주로 지상파 채널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 포털사이트를 통한 지상파 재전송도 네이버와 다음이 협상에 실패하면서 네이트를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지상파와 IPTV 사업자 간 재송신 협상은 타결됐으나 평소보다 경기를 볼 수 있는 채널이 확연히 줄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인천에서 뛰는 태극전사들의 활약상을 다 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연출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모토는 ‘diversity shines here’다. 다양한 인종들이 인천에 모여 빛을 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양한 중계채널을 확보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충족시켜주려는 방송사와 조직위원회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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