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발까지 누가 출전하게 될지 알지 못했다. 장영술 총감독도, 선수 본인도 모두 몰랐다. 그만큼 선수 간 실력 격차가 없는 접전이었다.
24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및 단체전 예선이 열렸다. 전날부터 진행된 예선전을 통해 각 국가와 선수들의 단체전, 개인전 토너먼트 대진이 확정된다. 또한 한 국가당 단체전은 3명, 개인전은 2명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어 4명을 보유한 한국의 경우 이를 가려내는 작업도 필요했다.
오진혁(33, 현대제철), 김우진(22, 청주시청), 이승윤(19, 코오롱), 구본찬(21, 안동대)으로 구성된 남자 리커브 대표팀은 우선 예선에서 전체 1~4위를 휩쓸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이승윤이 1377점으로 전체 1위로 예선을 마쳤고, 오진혁, 구본찬, 김우진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오진혁과 김우진은 1362점으로 동점을 이뤘으나, 골드 수가 88개로 구본찬(81개)보다 많았던 오진혁이 순위에서 앞섰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들도 이날 확정됐다. 대한양궁협회는 대표 선발전 이후 벌어진 3번의 국제대회(60% 비중)와 이틀 동안 이어진 아시안게임 예선(40% 비중)을 통해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를 결정하기로 미리 정해두었다. 부득이하게 1명이 탈락해야 하는 상황.
선발전은 마지막까지 접전이었다. 아시안게임 예선을 앞두고는 구본찬-오진혁-김우진-이승윤 순이었으나, 이승윤이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상황은 많이 변했다. 1위부터 4위까지가 박빙인 상황에서 40% 비중을 가진 아시안게임 예선 1위 자리를 꿰찬 이승윤은 전체 1위가 됐다.
누적 포인트는 70점으로 오진혁과 같았으나, 동점일 경우 아시안게임 예선 성적이 우수한 선수에게 높은 순위를 준다는 규정에 따라 이승윤이 1위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나서게 됐다. 오진혁은 2위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이승윤과 함께 나가고, 65점을 얻은 구본찬은 단체전에만 힘을 보탠다. 김우진은 아쉽게 탈락했다. 전체 선수 중에서 4위를 하고도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양궁의 탄탄한 선수층과 선수 개인의 놀라운 기량을 볼 수 있는 단면이다. 장영술 총감독은 “마지막 발을 쏘고도 누가 출전하게 되는지 나도 몰랐다. 확인을 해야만 했다. 선수들도 본인의 최종 순위를 알지 못했다. 50m를 쏠 때 김우진이 많이 올라와 이후 한 발마다 출전 선수가 계속 바뀌었다”며 박빙이었던 선발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개인전이나 단체전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인터뷰에도 응하기 어려웠다. 이날 예선을 마친 뒤 구본찬을 제외한 선수들은 믹스트존에서 만날 수 없었다. 출전 여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통해 총 3명의 선수가 토너먼트 경기에 뛴다. 3명의 선수들이 김우진의 몫까지 해내며 남자 리커브에 배정된 2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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