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검객' 남현희(33, 성남시청, 세계랭킹 14위)가 단체전 5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뒤 17개월된 딸 공하이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남현희 전희숙 오하나 김미나로 구성된 여자 플뢰레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3위인 여자 플뢰레 대표팀은 2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서 중국(6위)을 32-27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여자 플뢰레는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이번 대회까지 5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간판 남현희는 지난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 이어 4연속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남현희의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딸 하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남현희는 이번 대회 개인전 준결승서 대표팀 후배 전희숙에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남현희는 "하이에게 금메달을 따주기로 약속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동메달이지만 하이가 아직 메달 색을 구분 못한다(웃음)"고 농을 던진 남현희는 "단체전서 아직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이에게 꼭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딸을 향한 굳은 다짐은 '엄마검객' 남현희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경험이 빛을 발했다. 경쾌한 발놀림과 매서운 손놀림을 선보였다. 물 만난 고기마냥 피스트를 누볐다. 첫 상대 왕첸을 3-1로 이겼고, 두 번째로 만난 리우용스를 5-2로 제압했다. 마지막 주자로 피스트에 올라서도 제 몫을 해내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남현희는 경기 후 인터뷰서 미래 딸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망설이지 않고 "마지막에 확률이 없을 때 포기하지 말아라. 1%의 가능성이 남았을 땐 분명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남현희는 피스트를 떠났다가 지난해 출산 이후 복귀했다. 힘든 순간들이 이어졌다. 20년간 펜싱을 한 터라 부상투성이였다. 특히 고질적인 오른 무릎이 많이 안좋았다. 남현희는 "반복동작을 계속해서 뼈가 변형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5월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돼 뒷다리에 힘이 안들어가 힘들었다. 무릎 연골이 양쪽 다 찢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 됐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남현희는 칼을 내려놓지 않았고, 결국 단체전 5연패의 산증인이 됐다.
남현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복귀 후 생각보다 빨리 몸이 올라온 것 같아 리우올림픽도 하고 싶다"면서 "아기를 낳고 랭킹이 낮아졌을 땐 국제대회 예선에서 강호와 싸워야 했다. 지금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랭킹을 14위까지 끌어올렸다. 아쉬운 부분이 많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릎이 변수다. 남현희는 "오른쪽 무릎이 많이 안좋다. 무릎을 안쓰고 쉬어야 하는 안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은퇴는 아니다. 아시안게임이 끝났으니 일단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