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151㎞’ 양현종, 박찬호의 냉정한 평가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24 22: 03

잘 던졌다. 양현종(26, KIA)이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레전드’ 박찬호(42)의 눈은 냉정했다. 단점을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나왔다.
양현종은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만과의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호투했다. 4이닝 동안 2피안타 무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이닝이 충족되지 않아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지만 사실상 이날은 승리투수나 마찬가지였다. 투구수도 60개로 경제적이었다. 조 1위 준결승 진출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사실 대회 전 가장 우려를 모은 선수가 바로 양현종이었다. 대회 합류 전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아 주사까지 맞았다.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려는 방편이었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도 등판하지 않고 불펜 투구로 대체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로 손꼽혔던 이날 대만전 선발로 예정된 상황이라 대표팀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양현종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고 양현종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100% 구위는 아닌 듯 보였고 초반에는 고전하는 양상도 있었다. 하지만 안정된 위기관리능력을 바탕으로 대만의 초반 기선을 완전히 꺾는 데 성공했다. 최고 151㎞까지 나온 직구는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총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위력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날 SBS 해설위원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은 메이저리그 124승의 대투수 박찬호 위원의 눈에는 그다지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 위원은 1회가 끝난 뒤 “실투가 많았다. 이닝을 마친 뒤 덕아웃에서 좀 더 생각을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2회 이후에는 좋은 이야기도 몇 차례 했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예상보다 박했다. 앞으로 갈 길이 창창한 후배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박 위원은 양현종이 투구를 마친 뒤 “실투가 많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공이 높았다. 그런 것이 아웃이 되고 삼진이 됐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좀 더 강한 타자들을 꾸준하게 상대하려면 그 실투들을 점검해야 한다. 다음에는 그 실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 경기의 숙제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양현종이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닌,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놓은 숙제였다. 박 위원은 “실투를 던졌지만 그것이 삼진이나 아웃이 됐다는 것은 자신의 구위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양현종이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임은 십분 인정했다. 좀 더 완벽한 투수가 돼 더 큰 무대에서도 성공하는 것. 그것이 ‘레전드’ 박찬호가 양현종에게 바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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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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