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어설픈’ 대만, 한국 라이벌 아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24 21: 43

만만치 않은 전력이라 긴장을 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허점이 적지 않아 보였다. 최정예 대표팀의 구성하지 못한 대만은 한국의 ‘진지한’ 라이벌이 아님이 드러났던 한 판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만과의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시작부터 터진 타격, 그리고 선발 양현종의 든든한 피칭 속에 10-0, 8회 콜드게임으로 이기고 2연승을 내달렸다. 조 1위를 확정지은 대표팀은 금메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당초 대만은 2회 연속 대회 금메달을 노리는 대표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됐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출신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이런 일본보다는 대만이 낫다는 시선이었다. 물론 대만도 미국과 일본에서 뛰는 몇몇 특급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해 완전한 정예 전력은 아니다. 그래도 잠재력을 인정받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젊은 투수들이 몇몇 있었다. 소위 말해 이들에게 ‘말리는’ 경기가 될 경우 고전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서 전력분석팀도 대만의 전력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대만 선수들의 영상을 본 선수들도 “쉽지는 않은 상대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대만의 전력은 기대 이하임이 드러나고 있다. 홍콩, 태국과의 경기에서 모두 콜드게임을 거두긴 했지만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그리고 24일 경기에서는 그 이유가 잘 드러났다.
대만은 이번 경기에서 팀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투수라는 후즈웨이와 쟝샤오칭이 나서지 않았다. 당초 한국전 선발로 예상했던 쟝샤오칭은 부상 때문인지 이번 경기에 결장했고 대신 역시 부상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왕야오린이 마운드에 올랐다. 세 번째 투수인 일본프로야구 출신 천관위에게 다소 고전하는 모습도 있었다. 때문에 다음에 만날 때도 타선이 이처럼 폭발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은 분명 경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는 변수가 크지 않아 보였다.
우선 타선은 한국 선발이었던 양현종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대만 타선은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에 가까웠음에도 경기 끝까지 6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한국을 체계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없었다. 대표팀은 대회 전 “공격적인 선수가 많은데 여기에 정교한 면도 가지고 있다”라고 했는데 유효적절한 변화구 구사로 난관을 피해갔다. 양현종이 100% 구위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여유를 가지고 피칭을 할 수는 있는 환경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든 뒤 빠른 직구, 그리고 슬라이더 조합을 통해 방망이가 급히 나오는 대만 타자들의 습성을 충분히 활용했다. 직구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대만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히지 못해 헛스윙을 연발했다. 구위를 이겨낼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대만을 다시 만난다면 양현종보다 현재 구위에서는 더 나은 김광현이 대기하는 만큼 마운드는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수비는 더 불안했다. 1회 대량실점이 수비에서 비롯됐다. 무사 1,2루에서 김현수가 중견수 방면으로 날아가는 큰 타구를 쳤다. 이 타구는 중견수 천핀지에의 머리 뒤로 떴다. 주력이 좋은 천핀지에이기에 타구 파악만 잘 했다면 잡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천핀지에는 이를 놓쳐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박병호의 타석 때는 좌익수 쟝즈시엔의 실수가 나왔다. 평범한 타구였는데 조명에 공이 들어갔는지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포구에 실패했다. 이 실책은 결국 마운드의 왕야오린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고 결국 강정호의 좌중간 3점 홈런으로 이어지며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그 외에도 2회 강정호의 타구, 3회 민병헌의 타구도 금메달을 노리는 팀이라면 무조건 잡아냈어야 할 타구였다. 야간 경기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드러났다.
대만을 다시 만난다면 이제 결승이다. 결승에는 좀 더 컨디션을 끌어올린 모습, 그리고 좀 더 적응한 모습이 나올 수 있다. 투수들도 이날보다는 더 수준 높은 선수들이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이날처럼 쉽게 풀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타선과 수비의 모습을 고려하면 힘 차이는 분명하다는 시각이다. 우리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금메달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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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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