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역경을 씩씩하게 이겨나가는 여자주인공. 드라마에서 숱하게 만난 캐릭터다.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의 세나는 조금 다르다. 설정은 닮아있지만 착한 성격이나 여린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주눅 드는 법 없다. 때론 당돌하다. 그것이 세나의 매력이자 세나 역을 맡은 크리스탈의 강점이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3회에서는 소속사 대표와 작곡팀 연습생으로 계약을 맺은 현욱(정지훈)과 세나(크리스탈)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세나는 자신의 빚을 갚아준 현욱의 말대로 연예기획사 AnA를 찾았다. 세나는 뒤늦게 현욱이 AnA의 대표인 것을 알았고, "2,000만 원짜리 곡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 지급된 2,0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현욱의 제안을 수락했다. 작곡가를 희망하는 세나에게 현욱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세나를 지켜보는 눈빛은 곱지 않았다. 현욱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재영(김진우)은 '낙하산'인 세나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악연으로 엮인 시우(엘) 또한 세나를 구박했고, 신입개발 팀 직원 다정(이수지)도 그에게 잡일을 주문했다. 현욱을 짝사랑하는 해윤(차예련)에게 현욱이 각별히 돌보는 세나는 불편한 존재였다.
급기야 시우의 팬미팅에서 세나가 시우의 뺨을 때린 영상이 래헌(호야)에 의해 공개됐다. 시우도 세나도 곤란해졌다. AnA 임직원들은 세나를 탓했고, 현욱는 그런 세나의 상황이 답답했다. 결국 현욱은 세나에게 "그동안 청소하고 남들 뒤치다꺼리만 했다"며 "음악이 하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 너에게 준 기회는 과분했다"고 화냈다.
세나는 굴하지 않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시우에겐 그의 약점을 꼬집어 카운터펀치를 날렸고, 다정의 잡무를 도우면서도 잇속 챙기기를 잊지 않았다. 현욱은 차가웠고, 재영은 무시했지만 꿋꿋하게 월말 평가를 준비했다. 재영의 훼방에도 월말 평가 참여를 당당히 요구했고, 임직원과 연습생 앞에서 자작곡을 선보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세나는 '캔디녀'다.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인공처럼 가진 것은 없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친절을 베푸는 남자주인공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화내는 모양새까지 '캔디녀'의 전형이다. 하지만 당당하고 때론 뻔뻔하다. 마냥 밝거나 긍정적이지도 않다. 의심이 들면 따져 묻는다. 속으로 끙끙 앓는 하는 법이 없다. 현욱의 배려에 "나 좋아하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남다른 '캔디녀'를 만들어 낸 이는 크리스탈이다. 크리스탈에겐 특유의 구김살 없는, 통통 튀는 에너지가 있다. 덕분에 회사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세나가 우울하거나 처량하지 않다. 고난을 극복하는 세나를 시청자는 기대하고, 그 모습에 쾌감을 느낀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 등 전작에게 그가 사랑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탈은 연기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며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높은 편이지만, 모든 이들을 100% 만족시키는 반열에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가 지닌 매력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재능을 지닌 극 중 세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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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그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