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1~2회와 3~7회, 진짜 대만을 찾아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9.25 06: 41

야구 대표팀은 지난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에서 대만에 10-0, 8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B조 1위를 조기에 확정해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점수만 보면 대승이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있었다. 한국은 1회말에만 홈런 2개를 터뜨리며 7득점하는 등 2회까지 9-0으로 앞섰지만, 추가점을 뽑지 못해 경기가 길어졌다. 한국은 3회부터 7회까지 대만에 실점하지 않았지만, 득점을 추가하지도 못했다. 결국 8회말이 되어서야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로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하더라도 대만은 여전히 참가국 중 가장 강한 상대다. 일본이 파키스탄에 잠시 고전했던 모습을 보인 반면 대만은 한국 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묶었다. 일본보다는 대만을 결승 상대로 보는 의견이 아직은 더 많다.

그래서 대만과의 경기는 끝났지만 다시 대만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1~2회에 보여줬던 모습이 대만의 전부는 아니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4피안타 5실점(4자책)한 왕야오린이나 2번째 투수로 나왔던 쩡카이원이 다시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날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린 김현수는 경기 직후 “상대 선발의 공은 에이스급은 아니었다. 결승에서 만난다면 다른 선수가 선발로 던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천관위다. 천관위는 이날 4⅓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봉쇄했다.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천관위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140km대 중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과 함께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수비의 세밀함이나 타격의 정교함 등에 있어서는 한국이 월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날 실책이 없었다. 내야에서는 매끄러운 수비로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는 등 무난한 장면이 계속됐고, 외야에서도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을 막는 견고한 수비들이 나왔다. 반면 대만은 1회말 실책 이후 강정호의 3점포에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수비는 엉성했다.
10-0이라는 스코어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대만의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정확성과 파워가 모두 실종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발로 대만 타자들을 상대한 양현종은 “(김)광현이 공이라면 충분히 결승에서 만나더라도 통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양현종은 이날 4이닝 동안 2피안타 7탈삼진 호투했다.
하지만 천관위를 비롯해 경계해야 할 선수는 적지 않다. 천관위는 다시 만나도 공략하지 쉽지 않은 유형의 투수다. 그리고 뒤에 나온 투수들도 140km대 중, 후반에서 150km대 초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대만은 2이닝 정도를 실점 없이 끌고갈 수 있는 투수를 여럿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타자들은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에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노출했고, 수비망이 촘촘하지 못했다. 안으로부터 붕괴되며 빅 이닝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경기 초반부터 나타나기도 했다.
결승에서 다시 만난다면 천관위를 비롯한 핵심 투수 1~2명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체적인 조직력이나 타격, 수비, 주루 능력, 에이스의 힘 등은 한국이 앞선다는 것이다. 실책 등 의외의 변수만 만나지 않는다면 대만의 진면목이 나와도 승리는 전반적인 전력에서 앞선 한국의 것이 될 확률이 현재로서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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