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향한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대만이라는 돌을 단숨에 치워버렸다. 하지만 그 대만이 다시 결승에 나설 때, 다른 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 유의해야 한다. 자신감은 가지되 방심은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만과의 B조 2차전에서 10-0, 8회 콜드게임을 거뒀다. 당초 이 경기는 일단 이기는 것이 목표였던 대표팀이었다. 콜드게임에 대한 생각은 그 다음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대만 마운드를 두들긴 타선의 힘으로 의외의 낙승을 거뒀다. 대만의 전력은 공·수·주 3박자에서 한국의 질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 1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대표팀은 이제 25일 홍콩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그 후 27일 준결승(중국-파키스탄 승자), 28일 결승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한다.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라 7부 능선은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대진이 무난한 까닭에 자꾸 결승전으로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상대는 대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표팀의 속내다. 사회인 선수로 팀을 구성한 일본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대만을 만난다면 24일 거뒀던 대승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하다. 대만은 타격과 수비에서 현격한 약점을 드러냈다. 타선은 8이닝 동안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수비는 아직 한국 그라운드에 적응이 안 된 듯 어설픈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여기에 우리의 결승전 선발은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김광현이 내정되어 있다. 박빙 승부에서 마운드와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한국의 우세다.
다만 타선은 좀 더 집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일부 투수들은 역시 만만찮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만은 이날 선발로 예상됐던 쟝샤오칭이 마운드에 나오지 않았다. 가벼운 부상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역시 가벼운 부상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왕야오린이 마운드에 섰는데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난타를 당했다. 수비 지원도 받지 못했고 결국 강정호에게 허용한 3점 홈런이 빌미가 돼 조기 강판됐다.
자국 리그에서 뛰는 두 번째 투수 쩡카이원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⅔이닝 동안 4실점(2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실상 콜드게임으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세 번째 투수로 나선 천관위가 4⅓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가까스로 5·7회 콜드를 막아냈다. 천관위가 마운드에 서자 한국의 일방적이었던 흐름이 점차 대등해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투수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 놓은 것이다.

현재 대만 대표팀의 선발 요원 중 가장 믿을만한 선수는 ‘에이스’로 손꼽히는 후즈웨이를 비롯, 쟝샤오칭, 천관위로 평가된다. 그리고 마무리에는 이날 마운드에 올라 157㎞의 강속구를 던진 뤄지아런이 있다. 네 명의 투수는 한국의 전력 분석 리스트에도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후즈웨이, 쟝샤오칭, 뤄지아런은 모두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영상을 본 대표팀 타자들도 “치기 쉬운 볼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예선전을 마무리한 대만은 이제 27일 일본과 준결승을 갖는다. 일단 현실적으로 결승 진출이 목표인 만큼 후즈웨이가 마운드에 올라 카드 하나를 소비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경기가 예상보다 쉽게 풀릴 경우 쟝샤오칭, 천관위는 한국전에 대비해 아껴 놓을 공산이 있다. 특히 한국전에서 잘 던졌던 천관위는 선발로 나서 3~4이닝을 던지는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왕야오린보다 나은 투수로 평가되는 쟝샤오칭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분명 24일 경기처럼 쉽게 흐름을 잡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천관위의 경우는 한 차례 공을 봤다는 측면에서 유리한 쪽은 우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빠른 공을 던지는 대만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 그러나 ‘방망이는 믿지 말라’라는 속설처럼 한 번 꼬일 경우 쉽지 않은 경기가 된다. 이 경우 마운드의 부담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의 단판 승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결국 24일 경기를 철저하게 복기하고 대만 투수들에 대한 경계령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방심은 곧 실패다. 금메달 아니면 의미가 없는 한국에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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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위(위)-뤄지아런(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