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대만을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전에서 10-0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B조 2승으로 조 1위를 확정지은 한국은 25일 A조 중국과 파키스탄 승자와 맞붙게 된다.
승리의 원동력은 1회 타자들이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린 덕분이다. 민병헌과 손아섭의 안타, 그리고 김현수의 2타점 결승 2루타가 터졌고 무사 2,3루에서는 강정호가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대만 선발 투수였던 왕야오린은 이 홈런 한 방으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왕야오린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대만은 쩡카이원을 올렸지만 다시 오재원에게 투런포를 두들겨 맞으면서 추가로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쩡카이원은 2회에도 2점을 더 내주면서 스코어는 9-0까지 벌어졌다.
2회까지 한국이 9-0으로 앞서면서 콜드게임도 조심스럽게 예측됐지만 작은 반전이 있었다. 대만 세 번째 투수 천관위는 4⅓이닝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면서 4피안타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봉쇄했다. 뒤이어 등판한 린이샹도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뤄지아런은 최고 157km 강속구를 던지는 등 한국 타자들을 압박했다.
천관위는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2군에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다. 좌완투수 천관위는 140km 중반대의 속구와 타이밍을 잡기 힘든 키킹동작, 그리고 최대한 공을 숨겼다가 나오는 투구동작 등으로 한국 타자들을 흔들었다. 대만 감독인 뤼밍츠가 결승전 선발로 언급할 정도로 구위가 좋은 선수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팀 관계자는 "만약 천관위가 선발로 나왔으면 오늘 경기 어떻게 될지 몰랐겠다"고 말했다. 그 만큼 한국은 천관위에게 완벽하게 막혔다. 그렇다면 왜 대만은 천관위를 선발로 내지 않았을까.
연막작전일 가능성이 있다. 이날 선발 왕야오린은 시카고 컵스 산하 싱글A에서 활약 중이다. 올해 성적은 26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5.32로 잘했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 실제로 구위도 좋지 않았는데 속구 최고구속이 140km도 나오지 않았다. 변화구도 밋밋했기 때문에 한국 타자들이 치기에 딱 좋은 공이었다. 이날 대만이 내보낸 투수들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지 않았다. 물론 당일 컨디션 난조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천관위가 대만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투수였다는 점.
하지만 대만의 연막작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허점이 많다. 24일 한국전에서 승리하면 준결승 상대로 비교적 손쉬운 중국 혹은 파키스탄을 만나는데 패하면서 껄끄러운 일본과 상대하게 됐다. 천관위가 대만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라면 결승 보다는 일단 은메달 확보를 위한 준결승에 나서는 게 맞다.
무엇보다 뤼밍츠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경기 초반 0-9까지 끌려간 상황에서 한국을 상대로 역전은 힘들었다. 그려면 최대한 전력을 아끼면서 경기를 마무리지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천관위를 올려 공 64개나 던지게 했다. 게다가 최고구속 157km의 전 메이저리거 뤄지아런까지 공개하면서 오히려 한국에 전력노출을 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결승전에서 만약 천관위를 만난다면 공략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천관위가 낯선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에 한국 타자들이 고전했다는 말이다. 대만의 이해하기 힘든 마운드 운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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