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메달따기 좋은 날이라 생각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볼링에 메달 물꼬를 튼 이나영(28, 대전광역시청)에게 메달은 어떤 의미일까.
25일 안양호계체육관에서 만난 이나영은 전날 여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6게임 합계 1272점(평균 212.00점)을 기록, 선두와는 단 19핀 차였다.

비록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한국 볼링에 첫 메달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전날 남자팀이 노메달에 그쳤기 때문에 더욱 절실했던 메달이었다.
남자 2인조전을 응원하던 이나영은 전날 딴 메달에 대해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3인조전과 5인조전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개인전 메달을 이렇게 큰 대회에서 딴 것은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나영은 "주위를 쳐다볼 겨를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면서 "메달을 받은 후 축하메시지와 전화를 70통 정도 받았다. 부모님도 '잘했다, 고생했다'고 하셨다"고 흐뭇해 했다.
이나영은 당초 개인전에 대해 "솔직히 욕심이 난다. 모험을 한 번 걸어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경기장으로 오는 선수단 버스 안에서 마음이 바뀌었다.
이나영은 "창밖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더라. 멀리 산에 안개가 짙게 걸쳐 있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데 이상하게 '참 메달 따기 좋은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욕심은 버리고 경기를 즐기면서 치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나영은 마지막 6번째 게임을 앞두고 5위에 그치고 있었다. 4~5번째 게임에서 196, 190점으로 신통치 않은 점수를 쳤기 때문이다. 스타트를 왼쪽으로 옮기면 1-3번 핀을 얇게 맞췄고 오른쪽으로 옮기면 너무 깊게 들어가 스플릿이 날 확률이 높았다.
이에 이나영은 "레인 상태가 바뀌고 있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레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과감하게 왼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좀더 끝이 강한 볼로 교체했다"고 마지막 게임 순간의 갈등을 들려줬다.
이나영은 하루가 지났지만 전날 경기를 복기 하면서 "핀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마무리가 좀 아쉬웠던 경기였다"면서도 "이제 개인전은 가슴 한켠에 묻어둔 채 남은 2, 3, 5인조전 등 단체전 금메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순 여자대표팀 코치도 이나영의 메달에 숨통이 트인 모습이었다. 김 코치는 지난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대회는 선수로, 2010년 광저우 대회에는 트레이너로 출전해 모두 개인전 금메달 순간을 지켜봤다. 그만큼 이나영의 동메달이 아쉽지 않았을까.
그러나 김 코치는 "물론 아쉽긴 하다. 그동안 개인전 금메달을 줄곧 따왔기 때문에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처음 접하는 레인이고 무척 까다로웠다. 나영이가 힘든 가운데서도 스타트를 끊어줘 고맙게 생각한다. 남은 종목에서 기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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