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점수를 내기도 어렵다. 12점을 내는 동안 적시타는 딱 하나, 아니 없었다고 해도 좋았다. 비록 콜드게임을 거두긴 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타격감 조율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법한 경기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홍콩과의 B조 마지막 경기에서 공·수·주 모두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뽐내며 12-0, 7회 콜드게임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예선 3경기(태국, 대만, 홍콩)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장식하며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마운드는 이날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태국전 5이닝, 대만전 8이닝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던 대표팀 마운드는 이날도 홍성무(4이닝)-봉중근(1이닝)-임창용(1이닝)-유원상(1이닝)이 이어 던지며 무실점을 합작했다. 그런데 경기가 의외로(?) 길어진 것은 타선이 대량득점의 기회를 확실히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2점을 내면서 적시타가 하나, 그것도 내야안타였다.

1회 득점은 민병헌의 상대 실책성 3루타, 그리고 손아섭의 1루 땅볼로 났다. 2회는 황재균의 상대 실책성 2루타와 상대 패스트볼, 그리고 강민호의 희생플라이로 기록됐다. 3회는 무사 만루에서 상대 실책으로 2점이 올라갔다. 4회 1점은 민병헌의 솔로홈런 득점으로 적시타와는 상관이 없었다.
5회 1점은 황재균의 우익수 옆 3루타에 이은 상대 폭투였다. 6회 2점은 무사 만루에서 황재균 이재원의 연속 희생플라이로 만들어졌다. 9득점을 하면서 적시타가 하나도 없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대표팀의 첫 적시타는 10-0으로 앞선 6회 이재원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였다. 하지만 이도 사실상 실책성 플레이로 시원한 적시타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웃되지 않고 차분히 득점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상대가 갈수록 볼넷을 남발하며 칠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상대가 한 수 아래인 홍콩임을 고려하면 성에 차지 않는 공격력이었다. 주자를 채워 놓고도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핑계는 있다. 이미 조 1위를 확정지었다. 전력을 다하는 경기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컨디션 조절 차원의 경기였다. 더 중요한 경기는 준결승, 그리고 결승이다. 여기에 상대 투수들의 공도 당황스러웠다. 대개 120㎞ 초반대의 직구, 혹은 80㎞를 간신히 넘는 슬로 커브였다. 150㎞가 넘는 공들에 익숙해져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오히려 더 치기 어려운 공이었다. 실제 전날 대표팀은 최고 157㎞에 이르는 대만 투수들의 날카로운 공을 봤다.
구속이 느린 만큼 반발력도 떨어져 공을 멀리 보내기도 힘들다. 준결승과 결승을 생각하면 차라리 차라리 이런 공에는 적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완전한 면죄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수비 수준이 한층 높은 팀들과의 경기에서 이런 흐름이 나온다면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방망이는 믿지 마라’라는 격언을 뒤집을 수 있을까. 이제 대표팀 타선에는 결전의 두 경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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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