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태극 남매들의 부상 투혼이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 금메달 만큼이나 값진 명장면이었다.
금메달 12개 중 8개 수확. 종합 1위. 2관왕 4명 배출. 아시안게임 사상 최고 성적. 한국 펜싱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거둔 눈부신 성적표다. 4년 전 광저우에서 기록했던 최고 성적(금 7, 은 2, 동 5개)을 가뿐히 경신했다. 안방에서 힘차게 비상했다. 펜싱 종목 마지막 날인 25일 은 1, 동 1개를 추가하며 총 금 8, 은 6, 동 3개를 수확했다. 금메달 12개 중 8개를 싹쓸이하며 아시안게임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2관왕도 4명이나 배출했다. 여자 사브르 이라진, 여자 플뢰레 전희숙, 남자 에페 정진선, 남자 사브르 구본길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최고 성적, 금메달 만큼이나 값진 것이 있었다. 태극 남매들의 부상 투혼이다. 잔잔한 감동, 진한 여운을 남겼다. 피스트에 쓰러져도 내려오지 않았다. 햄스트링 부상을 이겨냈고, 손가락이 찢어졌음에도 붕대를 감고 피스트에 다시 올랐다. 십자인대가 손상되고, 무릎 연골이 찢어졌지만 이를 악물었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뒤 얻은 열매는 더 달콤했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허준의 개인전 결승전 상대는 세계랭킹 1위 마졘페이(중국). 168cm의 단신인 허준은 185cm의 장신 마졘페이와 시종일관 명승부를 펼쳤다. 신체적 열세를 딛고 엎치락뒤치락 했다. 빠른 발과 전광석화와 같은 찌르기로 마졘페이를 괴롭혔다. 허준은 10-11로 뒤지며 2라운드를 마감하며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왔다. 오른 다리 햄스트링이었다. 허준은 10분의 휴식 동안 응급처치를 한 뒤 피스트에 올랐지만 석패를 면치 못했다.
허준은 경기 후 "몇 달 전부터 햄스트링 부상이 왔다가 주사를 맞고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8강부터 많이 힘들었다. 이날 하루 무리를 해서 다시 올라온 것 같다"면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운 점이 조금 있지만 그래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은메달을 따 굉장히 기쁘다"고 했다. 금메달 만큼 값진 은메달이었다.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전희숙과 남현희도 부상 투혼을 선보였다. 전희숙은 결승전 도중 상대의 칼에 부딪혀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찢어졌다. 붕대 투혼을 불살랐다. 22-21. 한국의 살얼음 리드. 전희숙이 8번째 주자로 다시 피스트에 섰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다웠다. 리후이린을 맞아 내리 5점을 획득, 27-21로 달아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결승전이 끝난 뒤 곧장 병원으로 향했던 전희숙은 "치료하고 약 먹으면 괜찮아 진다고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검객' 남현희도 부상을 안고 제 몫을 다했다. 첫 주자로 왕첸을 상대해 3-1 리드를 안기더니 5번째 경기서 리우용스를 5-2로 무찔렀다. 마지막엔 첸빙빙을 맞아 5-6으로 선전, 32-27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남현희는 경기 후 "지난 5월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됐다. 무릎 연골은 양쪽 다 찢어졌다. 병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극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악물었다. 딸 하이와 금메달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딸바보 남현희의 지극한 사랑이 부상 투혼이 깃든 금메달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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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