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체조] 한국 취재진, 북한선수 인터뷰에 ‘화들짝’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9.26 07: 08

“우리 원수님께서 체육에서 승리하는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메달을 딴 북한 선수들이 화려한 언변으로 한국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25일까지 북한은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9개, 총 22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5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역도와 체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메달리스트들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북한에서 금메달을 딴 엄윤철, 김은국, 홍은정 등은 공식인터뷰를 거절했었다. 북한 선수들은 믹스트존에서도 간단한 대답만 하고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내용은 ‘위대하신 수령님’ 이야기였다.

그랬던 북한이 달라졌다.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휩쓴 북한 남자역도의 엄윤철(23)과 김은국(26)은 23일 오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특히 엄윤철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 김정은 동지께서 달걀에 사상을 주입해 깰 의지가 있다면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투철한 사상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공화국 애국가를 울리게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북한 역도) 힘의 비결”이라며 기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했다.
24일 여자평행봉에서 동메달을 딴 강용미는 북한 메달리스트 중 처음으로 공식기자회견에 참가했다. 당연히 북한 선수가 오지 않을 거라 판단했던 취재진과 조직위원회도 강용미의 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었다. 
가장 충격적인 인터뷰는 25일 여자 평균대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김은향이었다. 그는 금메달 소감에서 “수령님께서 경기를 보고 계시다는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원수님의 크나큰 사랑과 믿음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오직 금메달로 우리 조국에 인민들과 위대한 대원수님과 김정은 원수님께 더 큰 영광과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인터뷰 중 감격에 벅찬 김은향은 목이 메었다.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톤도 높아졌다. 마치 웅변을 하는 열사 같았다. 김은향의 인터뷰를 듣던 한국 취재진은 단체로 화들짝 놀라며 문화충격에 빠졌다.
한국 취재진은 북한이 왜 역도와 체조에서 강세를 보이는지 질문을 했다. 김은향은 “훈련에서 흘리는 피와 땀이 금메달의 무게와 같습니다. 금메달 따는 것이 원수님께 크나큰 기쁨을 드리는 길입니다. 우리 원수님께서 체육에서 승리하는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직 금메달로 조국 인민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공화국 기를 하늘 높이 올리고 있습니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북한 선수들의 인터뷰는 남과 북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남북의 한민족은 똑같은 언어를 쓰고 있었지만, 전달하는 내용을 보면 완전히 다른 말이라 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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