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 죄송하게 생각해도 죄송해야 할 부분이다.”
방송인이자 변호사인 강용석이 국회의원 시절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거듭해서 사과했다. 동시에 자신에게 화해의 뜻을 밝힌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지애가 화해 요청 글을 올린 지 2주 만에 방송을 통해 사과한 강용석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강용석은 지난 25일 자신이 출연중인 JTBC ‘썰전’을 통해 18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당시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이 끝난 뒤 참석한 연세대학교 소속 2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과 저녁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에 대한 막말을 해서 문제가 됐다.

이 구설은 강용석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한 그가 방송을 통해 호감을 사며 ‘막말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조금씩 지우면서도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당시 이 같은 말실수는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 아나운서들을 불편하게 했고, 지리한 명예 훼손 소송전으로 번졌다.
이 가운데 K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새 삶을 시작하는 이지애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인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이지애는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하다”라고 전제한 후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라고 밝히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는 강용석의 발언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한 후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 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는다”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화해 요청인 동시에 강용석의 과거 말실수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기도 했다.
때문에 아나운서 출신 이지애의 화해 요청을 강용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심사였다. 일단 이지애가 이 같은 글을 올린 직후의 방송이었던 18일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후 지난 25일 거듭해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이지애의 화해 요청에 고마운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공개됐다.
강용석은 비교적 침착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평생 죄송해 해도 늘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나의 말실수로 인해 상처받았던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강용석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화해하자는 표현을 해주시고 현재 아나운서협회장인 신동진 아나운서가 (매체를 통해 내가 이지애 씨의) 화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걸로 마무리는 아니겠지만 적극적인 화해 표시를 해주셔서 죄송하고 고맙다”라고 마무리했다. 깔끔하면서도 사과의 뜻이 정확히 담겨 있었다.
강용석의 사과와 고마운 마음 표시는 상당히 정제돼 있었다. 그가 이 같은 말을 하기까지의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할 정도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향후에도 반성과 말조심을 하겠다는 다짐이 조심스럽게 전달됐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가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잠시 중단하고 ‘방송물’을 먹고 있는 중에도 과거 말실수가 끊임 없이 발목을 잡았던 측면이 있기에 이번 사과를 계기로 일정 부분 ‘원죄’를 털어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강용석에 대한 날선 시선이 변함 없을 수도 있을 터다. 대중의 호불호는 언제나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고, 만인의 호감을 사는 일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그의 발언에서 진심을 찾았을 터이고, 누군가는 또 한번의 ‘도끼눈’을 뜰지도 모른다. 강용석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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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