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 (김한빈)가 잠적했다. 연습을 하다 돌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의 부재에 방송촬영까지 중단됐다. 19세 어린 나이에도 늘 자신있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연습생들을 이끌었던 그였기에. 함께 땀과 눈물을 흘렸던 연습생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25일 오후 11시 방송된 Mnet '믹스앤매치'에는 새 연습생 양홍석이 합류한 가운데, 프리매치를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멤버들의 (B.I, BOBBY, 김진환, 구준회, 김동혁, 송윤형, 정진형, 양홍석, 정찬우)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비아이는 단체 연습을 주도하며 어김없이 리더로 나섰다. 최고의 무대를 꾸미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비아이에게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 양홍석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이에 비아이는 안무를 숙지하지 못한 양홍석에게 “형은 새벽 4, 5시까지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 거 같은데. 적어도 나보다 열심히 해야 할 거 아니야. 나였으면 밤새서라도 했겠다. 무슨 하려는 의지가 없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새 연습생을 향한 신경전이나 텃새 같은 게 아니었다. 지난 2009년 MC몽 '인디언보이'의 꼬마 래퍼로 가요계에 데뷔, 학업까지 그만두고 가수가 되기 위해 ‘올인’한 비아이에겐 노력도 하지 않는 양홍석이 그리 보일 수밖에 없었다.
비아이는 ‘믹스앤매치’ 무대를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쇼미더머니3’까지 병행했다. 무대를 준비할수록 리더의 책임감은 커져갔고, 유명세를 탈수록 주위의 기대는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결국 지칠대로 지친 비아이는 4시간동안 연락 없이 사라졌다. 이에 윤형은 “몰래카메라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비아이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행히 그로부터 공원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공원에서 가사를 쓰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했다.
캄캄한 어둠 속, 우두커니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비아이는 카메라를 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도피하고 싶었어요. 속세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라고 어렵게 입을 뗐다. 그러더니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냥. 원래는 부산을 가고 싶었는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서. 여기가 제가 아는 곳에서 가장 먼 곳이에요”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하도 의젓해서. 혹독한 서바이벌에도 자신감이 넘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들도 잘 이끌어 가길래. 잠시 잊고 있었다. 그도 아직 19살 소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후 비아이는 “제가 살면서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이었어요. 계속 하나하나 다 만들고 새로 창조하고 그런 거라도 저도 과부하가 왔어요. 결과물은 항상 완벽하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조금 지치고 잘 안 되서 힘들죠”라고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막대한 부담감을 고백했다. 그렇게 마음을 잡아도 다시 무너져버린다는 것.
비아이의 방황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는 곁에서 그를 지켜봤던 연습생들이었다. 구준회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온 비아이에게 “왜 다시왔냐”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약간 불쌍했어요. 오죽하면 저럴까. 원래 자존심도 세고 멘탈도 센 형인데. ‘진짜 힘들구나’ 이런 걸 느꼈어요”라고 말하며 비아이를 걱정했다. 진환 또한 “살짝 울컥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도와주고 싶고. 제가 좀 많이 모자라서 미안한 게 있어요”라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동생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형은 “(비아이가) 짐을 많이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다 그렇게 신경 쓰지 말고. 저희도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충분히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라고 전하며 비아이가 안쓰럽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비아이의 애환과 멤버들의 우정이 오롯이 드러났던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직접 작사 작곡한 ‘클라이맥스(Climax)’를 통해 가수가 되고 싶은 간절함을 절규하듯 토해냈던 비아이. ‘쇼미더머니3’에 출연해 “최고가 나의 목표. But 현실의 결과는 항상 최악 아님 보통. 떨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하는 폭포 That’s me”라고 읊조리던 ‘BE I’의 꿈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믹스앤매치'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