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실력은 금메달이지만, 조직위의 경기 준비는 실격 수준이다.
여러 문제들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번 아시안게임이지만, 양궁 종목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도 나왔다. 25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남녀 컴파운드 개인전 및 단체전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결선 사대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지금까지는 사선에 서야 할 선수가 많아 넓은 공간을 사용했지만, 컴파운드는 개인전 8강, 단체전 4강으로 대진이 좁혀져 좀 더 현장감 있는 관전이 가능한 결선 사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부터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1시 45분까지 여기저기서 못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전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한 탓이다. 또한 오후 1시 이전에는 입장도 불가능했다. 1시 직전까지 조직위는 출입구 부근 바닥의 일부를 뜯어내고 있었다. 미리 도착한 관중들은 입장하지 못한 채 더운 곳에서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2시에 경기가 시작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2시가 조금 지나서야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 나설 대만과 인도 선수들이 입장했다. 언제 봐도 그리 분주해보이지 않는 관계자들의 모습은 다른 종목 경기장에서도 자주 봤기 때문에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양궁 종목에 대한 조직위의 부실 지원 논란이 일며 대한양궁협회는 스스로 대형 전광판을 추가 설치하고 미디어석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양측이 다시 힘을 합하기로 했지만, 조직위로부터 만족할 수 있는 지원을 받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다. 협회마저 미리 나서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어두웠을 것이다.
관중이 많이 몰리는 국제대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관중들의 불편이다. 개막 첫날도 아닌데 출입구 부분의 보수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손님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정상의 큰 지연은 없었지만, 관중들이 경기 전에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었던 것은 문제다.
취재기자들이 앉는 미디어 좌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부 좌석에는 전기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멀티탭이 없어 불편을 겪는 기자들도 있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 선수들의 경기가 가장 기본적인 것들도 구비되지 않은 양궁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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