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50대 여성 자원봉사자가 왜 욕을 먹어야 하나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26 11: 29

24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는 금메달 3개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김준홍은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어 2관왕에 올랐고,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는 나윤경·정미라·음빛나 조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소총 단체전과 남자 속사권총 단체전은 오전에 모두 끝났고 오후에는 속사권총 개인전을 남겨두고 있었다. 대략 오전 11시에 오전일정을 마쳤고, 오후 일정은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됐기 때문에 많은 취재진들은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MPC)로 이동했다.
기자가 MPC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나오자 고성이 들렸다. 인도와 중국에서 온 취재진이 50대 여성 자원봉사자에게 거센 어조로 항의를 하고 있었다. 사격장으로 드나드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던 이 여성은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당황한 채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자를 붙잡더니 "영어를 못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통역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인도와 대만 취재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원래 사격장에서 MPC로 가는 버스는 줄지어서 대기하고 있어서 언제든 바로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10분 째 버스가 안 온다는 것이었다. 대체 언제 버스가 오냐며 자원봉사자에게 묻고 있었던 것. 간신히 버스 얘기만 알아들은 이 자원봉사자는 본부에 버스만 요청할 뿐이었다. 원래 셔틀버스 시간표에 따르면 도착시간까지 좀 남아 있었지만 시간표 확인을 하지 못한 외국 취재진들은 애꿎은 자원봉사자에게 원성을 쏟아냈다. 잠시 후 셔틀버스가 도착했고, 이들은 이번에는 버스 기사에게까지 한마디씩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운영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 가운데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관객들을 통제하기는 커녕 선수 사인받기에 바쁘고, 야구장에서는 선수가 쓰는 공을 빼내 거기에 사인까지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일탈 때문에 대다수 헌신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까지 함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사격장에서 50대 여성 자원봉사자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며 '쏘리'라는 말만 반복해야 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셔틀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최소한 영어를 쓸 수 있는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영어를 못하는 그녀가 인천 아시안게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자원봉사자로 나선 게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인력 배치다. 자원봉사 인력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조직위에서 할 일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한 명만 셔틀버스 정류장에 배치했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그렇지만 비교적 젊은 자원봉사자들은 출입게이트나 경기장 내부에 배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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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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