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 스캔들을 극화한 영화 ‘제보자’(임순례 감독)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예고된다. 10년 전 실제 사건과 내막을 거의 그대로 재연한 사회고발극인 만큼 개봉 후 찬반 논란이 뜨겁게 벌어질 전망이다.
‘제보자’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복제 연구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MBC ‘PD수첩’ 팀의 집념어린 취재기를 그린 영화다. 황우석 박사의 한 연구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PD수첩’ 한학수 PD의 목숨을 건 취재 과정이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극중 유연석이 진실을 밝히는 제보자로, 박해일이 한학수 PD 역을 맡았다.
실존 인물의 민감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다소 픽션이 가미됐지만 사건의 큰 얼개와 이해관계에 얽힌 당사자들의 심리 변화, 폭로 과정과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는 반대 세력의 회유와 협박 등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영화에 포개졌다.

하지만 ‘PD수첩’ 팀의 취재 결실이 방송으로 보도되기 직전 들불처럼 번진 촛불 시위와 청와대의 압력 등으로 MBC는 최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실제로도 당시 청와대에서 MBC를 압박하기도 했고 이는 극중에서 청와대 관료가 방송사 사장을 만나 유감을 표명하는 장면으로도 등장한다.
당시 황우석 박사는 막대한 정부 예산을 받으며 국책 사업처럼 연구에 임했고, 외신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내 매스컴은 황 박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대서특필했다. 그런 그에게 논문 검증을 요구하거나 연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당장 매국노 취급을 받던 엄숙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도 황우석 박사를 세계적인 생명공학도로 치하했고 국내 최초 노벨상 예비 수상자로 대우할 만큼 극진히 모셨다. 정치권 뿐 아니라 동종 업계인 KBS와 SBS조차 MBC ‘PD수첩’의 황우석 파헤치기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때였다.
하지만 목숨을 건 ‘PD수첩’의 취재는 우여곡절 끝에 전파를 탔고 모든 게 진실임이 입증됐다. 국민들은 허탈함과 당혹감에 빠졌고 청와대 역시 망연자실했다. 결국 황 박사는 국가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 ‘PD수첩’ 팀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언젠가 터질 부끄러움이라면 외국 언론이 아닌 자국에서 보도되는 게 그나마 모두를 위해 덜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는 신념과 사명감으로 취재에 임했다고 한다.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의 스파크 튀기는 연기 대결이 또 하나의 볼거리인 ‘제보자’가 대한민국 최대 스캔들이었던 황우석 박사 사건 재조명을 통해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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