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이재성(22, 전북 현대)이 공격수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만능이라 불려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0명의 선수를 꾸릴 때 이광종 감독이 걱정한 건 기용할 수 있는 선수가 20명에 한정된 만큼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도 뛸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책임질 수 있는 신형민(전북)의 발탁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측면 수비수 박주호(마인츠)를 뽑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다.
지난 2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 홍콩과 경기서도 또 다른 멀티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 조별리그 3경기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를 소화했던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윤일록(서울)의 부상 이탈과 이종호(전남)의 경고 누적으로 인해 공백이 생긴 왼쪽 측면 공격수를 맡아야 했다.

이재성의 포지션 이동을 걱정한 이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에 뛰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도 이재성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성은 본래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수 스스로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이광종호에 소집돼 쿠웨이트전에 뛰었을 때 자리도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이재성은 미드필더 전역에서 뛰어난 적응 능력을 갖춘 선수다. 소속팀 전북에서도 이 능력을 바탕으로 주전으로 도약해 왼쪽 측면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광종 감독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았고, 홍콩전에서도 걱정 없이 이재성을 왼쪽 측면에 기용할 수 있었다.
실제 경기서도 이재성의 움직임은 돋보였다. 전반 8분 김진수(호펜하임)의 롱 스로인을 받아 문전에서 헤딩으로 연결한 것은 물론 전반 18분 임창우(대전)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한 장면은 위협적이었다. 이외에도 기존과 같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한국 공격의 관제탑이 돼 패스의 연결고리 역할도 수행했다.
한국의 숨통을 트인 후반 13분 선제골도 이재성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박스 오른쪽에 있던 이재성은 가까운 포스트에 있던 김영욱(전남)을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김영욱은 자신의 가슴으로 공을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에게 내줘 골을 만들었다. 전반전 내내 골이 나오지 않아 굳어있던 이광종 감독의 얼굴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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