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포식자, 이경영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9.28 14: 43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배우 이경영을 두고 누군가는 '갓경영'이라 부른다. 그의 출연 여부가 한국영화의 기준점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현재 눈에 띄는 다작 활동 중이다. 오래 배고팠던 사람이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치우듯, 왕성한 캐릭터를 소화력을 보이고 있는 이경영의 '출연욕'을 눈여겨볼 만 하다.
이경영은 올해만 해도 '군도:민란의 시대', '해적:바다로 간 산적', '타짜-신의 손', '제보자' 등에 출연했고 '소수의견', '협녀:칼의 기억'의 개보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에는 '관능의 법칙',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더 테러 라이브', '또 하나의 약속' 등에 출연했다. 흥행작에는 거의 그의 이름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경영의 회생은 몇 년 전부터 이뤄졌는데, 지난 2012년에는 '후궁 : 제왕의 첩', '회사원', '5백만불의 사나이' 등에 출연했으며 대선을 앞두고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 두 편 '남영동 1985'와 '26년'에도 동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0여 년 전 겪은 불미스런 일 이후 오랜동안 공백기를 거쳤고, 그러다가 몇 년간 서서히 배우 재개에 시동을 건 그에게 본격 날개를 달아준 작품은 '남영동 1985'. 이 작품에서 극 중 고문기술자 이두한 역을 연기하며 베테랑 연기자임을 입증, 스크린을 압도했다.
그는 주로 유머를 담당하는 감초 조연처럼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팔색조 캐릭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진중함과 유머, 따스함과 날카로움, 엘리트와 소시민, 부자와 가난 등의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하고 가능하다. 특히 동료 선후배 연기자들과 감독들이 선호하는 배우란 점이 그의 다작에 한 몫한다는 전언.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은 당시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이경영에 대해 "그간 작품 활동을 잘 안 했는데, 옛날 사건 때문에 이렇게 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배우인 만큼, 이 작품으로 제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했다"라며 "이 작품을 계기로 TV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영화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진심어린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정 감독의 바람은 몇 년만에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경영은 몇 년 전 충무로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묻자 "돈을 많이 안 받아서?"라고 눙을 치며 크게 웃어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어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10년이란 공백기는 있어서인지 '너 그 동안 얼마나 굶었길래 이렇게 많이 하니?'라고 묻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초등학교를 보면 봄, 가을 소풍 두 개가 있잖아요. '왜 소풍을 두 번만 가야되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별 출연이면 어떻고 조연이든 주연이든 어때요. 소풍이라면 늘 즐겁잖아요. 이렇게 즐겁고 좋은데 항상 가고 싶은 거죠."
한국 영화를 넘어 이제 미드(미국드라마)에도 도전하는 그다. 그는 워쇼스키 감독들이 연출, 서울에서도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센스8'에 배두나, 마동석, 이기찬, 명계남 등과 함께 출연한다. 강렬한 신스틸러를 넘어 한 작품을 긴 호흡으로 찍고 보여주는 모습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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