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경기가 일시 정지된 것은 물론, 햇빛을 가리기 위한 천막 아래에 있던 인원이 모두 대피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26일 계양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양궁 남녀 리커브 경기는 오후 들어 심하게 내린 비로 인해 중단됐다. 이날 남녀 단체전 준결승이 끝나고 하야카와 렌(일본)과 청밍(중국)이 대결하던 여자 개인전 8강전 도중부터 빗줄기는 굵어졌고, 이후 한국의 장혜진(27, LH)이 8강전을 펼치기 전에 결국 중단 결정됐다.
비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오후 경기가 시작된 오후 2시경만 하더라도 햇살은 따뜻한 편이었다. 이에 따라 조직위에서는 입장하는 관중들을 위해 선캡도 준비했다. 일부 관중들은 양산을 가지고 와 경기 관전하면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우는 상황을 정 반대로 만들어버렸다. 우선 관중들이 관중석 밖으로 급히 나가기 시작했다. 방송 관계자와 취재진이 자리하고 있던 구역에는 햇빛을 가리는 동시에 비가 올 경우 각종 전자장비 등을 보호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천막이 처음에는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잘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이 천막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거세게 비가 내렸고, 빗물은 팽팽하지 못한 천막의 한 부분에 고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모인 물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갔다. 만약 한 순간에 무너진다면 인명 피해가 있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결국 현장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취재진들 역시 장비를 챙겨 실내로 이동했다.
후속 조치가 있어 대형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강수량이 더 많았다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천막과 그 천막에 연결되어 있던 철제 구조물이 함께 무너져 아시안게임 사상 초유의 경기 중 인명피해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한편 현장이 수습된 것은 인근 소방서 구조대가 도착한 뒤였다. 이들은 천막에 구멍을 뚫어 물이 바닥으로 흐르게끔 조치했고, 이후 비도 그쳐 중계방송과 취재진의 활동, 관중들의 경기 관람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다행스럽게도 우려했던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습된 후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관한 질문에도 관계자들은 “기자인가?”라고 되묻거나 “나는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또한 천막을 뚫은 뒤에는 보수를 하지 않아 앞으로 비가 올 경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양궁에서 행여 있어서는 안 될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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