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무안타' 강민호와 류중일의 이심전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27 13: 00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 3세의 집권에 반발하다 영국해협의 한 섬에서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한다. 이 시기에 위고는 수많은 책을 쓰는데, '레 미제라블'과 같은 걸작도 이때 탄생했다. 위고는 책을 프랑스의 출판사에 넘긴 뒤 반응이 궁금해 사장에게 '?'라는 편지를 보냈고, 출판사 사장은 '!'로 폭발적인 반응을 전했다.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는 가장 짧은 편지로 이심전심을 잘 보여준다.
야구장에도 서로 작은 몸짓만으로도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수와 투수가 그럴 것이고, 수비위치를 조정하는 유격수의 손짓도 이심전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대표팀에서 만난 감독과 선수가 몸짓 하나로 많은 대화를 나눈 사연이 있다.
강민호(롯데)는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한 번도 빼놓지않고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제 만 29세지만 국제대회 경력 만큼은 현 대표팀 가운데 최고다. 이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강민호는 예선 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투수리드와 수비 모두 흠잡을 데 없었던 강민호지만 고민이 있다면 바로 공격, 이번 아시안게임 4타수 무안타 3볼넷 2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25일 홍콩전은 강민호가 이번 대회 첫 안타를 칠 좋은 기회였지만 첫 타석 희생플라이, 두 번째 타석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때 류중일 감독은 강민호에게 두 번째 타석까지만 맡기고 이재원으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26일 인천송도 LNG 야구연습장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그날 민호를 두 타석만 쓰고 바로 재원이로 교체하려고 했다. 그래서 3회 마치고 민호가 안타 못 치고 돌아올 때 내가 손가락으로 가위표를 해서 보여줬다. 그랬더니 민호가 곧바로 손가락 하나를 펼치는 거 아닌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뻔하지. 난 '안타 못 쳤으니 교체'라고 한거고 민호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한거 아닌가"라며 껄껄 웃었다.
류 감독은 대표팀 주전포수 기를 살려주기 위해 5회 세 번째 타석까지 강민호를 넣었지만 이번에는 볼넷을 얻고 걸어나가고 말았다. 류 감독은 "민호를 교체하면서 '분명히 니 빼고 선발 전원안타라는 기사 나간데이'라고 한 마디 했는데 정말 기사가 나왔더라"고 입맛을 다셨다.
넉살 좋은 강민호가 그냥 넘어갈리 없다. 류 감독에 따르면 강민호는 옆에 있던 애꿎은 김민성(넥센)을 가리키며 "얘보다 타점은 많다"고 강조했다. 강민호는 이번 대회 희생플라이로 2타점을 기록 중이다.
물론 강민호의 역할은 공격 보다는 수비, 그리고 투수 리드다. 류 감독은 "민호 말고도 지금 우리 팀에 칠 선수들 많다. 민호가 지금 안타는 없어도 괜찮다. 지금처럼 수비만 잘 해주면 된다"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