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신’ 양학선(22, 한국체대)은 국가의 보물이다. 이제는 그를 지켜줘야 한다.
양학선은 25일 오후 7시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결승전에서 평균 15.200점을 받아 은메달을 땄다. 양학선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라이벌 리세광(29, 북한)은 착지에서 큰 실수를 하며 평균 14.799로 4위에 그쳤다. 홍콩의 셱와이헝이 15.216점을 받아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차 시기서 양학선은 난이도 6.4인 비장의 ‘양1’을 시도했다. 하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추진력이 부족했다. 양학선은 도마를 짚었을 때부터 ‘여2’를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리세광의 실수를 보고 뛴 양학선은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2차 시기서 그는 ‘양2’를 시도하며 승부를 걸었다. 역시 양학선은 부상여파로 반 바퀴를 더 돌지 못하고 착지해 신기술을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부상이 양학선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함께 경기를 한 상대 선수들도 양학선이 세계 1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금메달을 딴 셱와이헝은 “상대 선수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었다. 양학선이 챔피언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난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선수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최선을 다했다. 특히 양학선 같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있어 기대를 안했다”며 양학선의 실력을 인정했다.
경기 후 양학선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못 따 아쉽다.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씁쓸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어 “어깨가 아프기도 했지만 허벅지가 아파 도마에 집중을 못했다. 도마에 컨디션을 맞추려 최선을 다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가장 실망한 사람은 본인일 것이다. 은메달이란 뛰어난 성과를 거둔 양학선은 왜 국민들에게 죄송함을 느껴야했을까.
양학선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1인자다. 세계선수권을 앞둔 챔피언이 굳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부상을 참고 뛸 필요는 없었다. 양학선은 조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이 컸다. 이 때문에 부상을 당했음에도 출전을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언론과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감이 양학선의 무리한 출전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양학선이 선수생명을 담보로 모험을 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그에게 부상투혼을 강요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아시안게임 메달색보다 양학선의 건강회복이 더 중요하다. 양학선은 한국체조사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국보이기 때문이다. 양학선이 하루 빨리 정상 컨디션을 되찾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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