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볼링대표팀이 하루에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런데 함박 웃음만으로도 모자랄텐데 오히려 흥분된 목소리를 내 관심을 모았다.
26일 경기 안양호계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2인조전에 짝을 이뤄 출전한 이나영(28, 대전광역시청)과 손연희(30, 용인시청)가 정상에 올랐다. 합계 2553점(평균 212.75점)으로 우승을 차지,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속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또 이영승(19, 한국체대)-정다운(28, 창원시청) 조는 합계 2462점(평균 205.17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관계자들과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축하 인사를 받았다. 이들 네 명은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여자 대표팀들은 "레인 변화가 심했다. 같은 레인인데 옆 레인에서 치고 다시 돌아와 칠 때는 달라져 있었다"면서 "레인 변화에 신경쓰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기쁨보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2인조전 금메달은 대표팀 전체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줬다.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면 남은 종목(3인조전, 5인조전, 개인종합, 마스터즈)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었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으뜸 효자종목이었던 볼링이었다. 더구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8개를 따내 이번 대회에서 넘어야 할 목표가 분명했다. 반드시 2인조전 금메달이 필요했다. 하지만 2인조 금 덕분에 홈에서 치르는 경기에 대한 부담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앞선 개인전에서의 부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틀 전인 25일 이나영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메달권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동메달은 땄지만 앞서 치른 개인전에서는 부진했던 것 같았다'고 슬쩍 물었다.
이에 하나둘씩 강한 어조의 답변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정다운은 "동메달을 따지 않았냐"며 "개인전에서 나영이가 땄으니 개인전은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또박또박 반박했다. 손연희와 이나영 역시 "나영이가 (메달을) 따줬기 때문에 오늘 훨씬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며 "개인전은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O.K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표팀들은 "개인전은 메달을 따는 것만으로도 축하를 해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주장했다. 이나영 역시 "개인전은 색깔을 떠나 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했다. 누구든 따야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적극적으로 하소연했다. 그만큼 힘든 레인패턴이었고 레인 변화도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버럭한 대표팀들의 반응에 기자도 웃었고 대표팀들도 다 함께 웃었다.
잠깐이었지만 대표팀의 탄탄한 팀워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볼링은 기본적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개인종목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2인, 3인, 5인조 등 단체전에서는 동료들과 서로 손발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앞으로의 종목에서 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진 한국의 팀워크가 힘을 발휘할 것이란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나영이 따낸 개인전 동메달에 대한 의미를 대표팀 모두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동메달을 받은 정다운의 한마디는 더욱 여자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정다운은 "(이나영-손연희 조가) 첫 게임 치는 것을 보고 금메달을 따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 메달을 땄다. 동메달도 감사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동메달을 딴 것보다 팀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볼링이 이제 본격적인 효자 종목 노릇을 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