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욱(삼성)이 돌아왔다.
사자 군단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정인욱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23일 만기 전역했다. 정인욱에게 복귀 소감을 묻자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몸이 적응이 안 된다. 저녁 먹다가 시계를 봤는데 점호 시간이더라.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고 웃었다.
예비역 선수들에게 복귀 소감을 물어보면 "이제 홀가분하다" 또는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고 대답한다. 정인욱은 "책임감이 커진 것보다 마음 한 구석에 짐을 덜어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4일 대구구장을 찾아 코치님들과 선배님들께 인사를 드렸는데 '벌써 제대했냐', '2년은 짧다. 4년씩은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남들이 보면 그런 게 있나 보다. 나는 정말 시간이 안 가던데 다들 그런 반응이었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입대 전과 비교했을때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정인욱은 "예전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다르다. 언제부턴가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말이 딱이다. 야구 기량도 한 단계 성장했다. 그는 고원준(롯데)에게 투심 계열의 변화구를 배웠다. 그는 "원준이에게서 그립을 잡고 던지는 요령을 배웠는데 마음에 든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인욱은 고원준의 남다른 야구 열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입대 전에 원준이과 그다지 친분이 없었다. 그저 인사하는 정도였는데 상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사실 고원준 하면 농땡이 이미지가 강한데 이곳에서 훈련하는 걸 보니 전혀 아니었다. 훈련 스케줄이 끝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체력 단련실로 가더라.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도 가서 운동하는 게 정말 대단했다"고 엄지를 세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인욱은 검증된 선수 아닌가. 팀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에 정인욱은 "2년간 군대에 있었는데 내게 기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정인욱은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당분간 재활 훈련에 매진할 예정. "심각한 건 아닌데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인 만큼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기사에도 자주 나왔듯이 삼성 트레이너 형들은 국내 최고 아닌가. 트레이너 형들을 믿고 따르면 예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다행히도 25일 정밀 검진을 통해 상태가 호전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인욱은 오치아이 에이지 전 투수 코치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전역하는 날 코치님께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셨다. '열심히 했구나. 조금 더 멋진 남자가 됐으니 이제 야구에만 열중하자. 삼성의 에이스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는 덕담이었다".
이에 정인욱은 "코치님께 '2년 안에 그 약속 지키겠다'고 했더니 '2년씩이나 걸리냐'고 핀잔을 들었다. 곧바로 '내년에 10승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딱 한 마디 하시더라. '무리'라고"라며 웃었다.
정인욱에게 복귀 후 목표를 묻자 "어깨 회복이 최우선이다. 어깨가 안 아파야 공도 던질 수 있고 1군에 갈 수도 있다"고 재차 강조한 뒤 "기회가 많든 적든 내가 하기 나름이다. 제 아무리 기회가 많아도 내가 못 잡는다면 소용 없는 일이다. 내가 잘 하면 반드시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회없이 해보겠다"고 예비역 돌풍의 선두 주자가 될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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