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진을 치고 전쟁에 임해야 하는데 한 쪽 귀퉁이가 허약하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는 대표팀에 2루 대안이 마땅치 않다. 오재원(29, 두산)이 부진할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의 내야는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속팀 포지션을 기준으로 한다면 1루수에는 박병호(넥센), 유격수에는 강정호(넥센) 김상수(삼성), 3루수에는 김민성(넥센) 황재균(롯데)이 있다. 유격수와 3루수는 더블 포지션이 가능하다. 1루 자리에는 외야수인 김현수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내야 수비의 핵심 중 하나인 2루수 자리에는 오재원 뿐이다.
물론 김상수 김민성이 2루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고려가 됐다. 대표팀 소집 후에도 두 선수 모두 2루 수비를 연습했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올 시즌은 물론 꽤 오랜 시간 2루를 본 적이 없다. 당장 실전에 넣기는 부담스럽다. 특히 그나마 전력이 강하다는 팀과 맞붙는 준결승 이후부터는 더 그렇다. 여기에 예선전에서는 너무 압도적인 경기를 했고 김민성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2루 수비의 대안 포메이션을 실험할 시간이 극히 짧았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선발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2루 포지션이었다. 서건창(넥센) 안치홍(KIA) 등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2루수를 뽑고 오재원을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서건창 안치홍 등 나머지 2루 자원들은 모두 탈락했다. 이에 오재원에 대한 수비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치솟았다. 그런데 만약 오재원이 부진할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오재원은 수비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에서의 활약만으로도 자신의 몫은 다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방망이 감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예선 3경기에서 타율이 1할6푼7리에 그쳤다. 볼넷을 많이 골라내기는 했지만 오재원 앞에 기회가 적잖이 걸렸음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웠다.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두 개의 볼넷을 고르며 흐름을 이어갔지만 안타는 없었다.
물론 평소 대표팀의 공격력을 고려하면 오재원에게 공격에서의 미친 듯한 활약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 중반 이후 근소한 상황에서 기회가 걸린다고 가정할 때 나지완이나 이재원과 같은 대타 요원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다음 수비부터는 새 2루수가 들어가야 하는데 김상수는 경기 막판 대주자 요원으로의 쓰임새가 있고 김민성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다. 1루 백업 자원 하나가 사라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대회 도중 엔트리를 바꿀 수는 없는 만큼 28일 대만과의 결승전까지는 이대로 가야 한다. 결국 오재원이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공격에서도 자신의 몫은 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남은 경기는 1경기다. 1경기만 잘 버티면 한숨은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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