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나성범, 목마른 그가 우물을 팠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27 21: 52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군 미필 대표팀 선수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동기부여는 금메달 보다는 병역혜택이다.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중국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4강전. 당초 한국은 가볍게 중국을 누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도 그럴것이 예선전에서는 일본에 0-11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할 정도로 인상적인 전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은 둥글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지금까지 힘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나왔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4회까지 2-2로 맞서 고전했다. 선발 이재학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3회 취샤오에게 1타점 2루타, 4회 양슌이에게 1타점 3루타를 허용하면서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의외로 중국 투수에게 고전했던 한국이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5회 나성범이 홀로 원맨쇼를 펼쳐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선두타자 박병호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기습적으로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강정호가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나성범이 가볍게 결승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호타준족 나성범의 진가는 그 다음에 나타났다. 앞서 박병호의 기습적인 도루로 재미를 본 한국은 나성범도 기회를 엿보다가 뛰었다. 나성범은 작년 도루 12개, 올해 14개로 빠른 발까지 갖춘 선수다. 당황한 중국 포수 왕웨이는 급히 2루에 송구했지만 옆으로 빠졌고, 그 사이 나성범은 3루까지 뛰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성범은 중국의 중계플레이가 늦자 홈까지 내달렸다. 3루 주루코치인 유지현도 나성범을 멈춰 세우지 않았다. 홈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나성범은 마치 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크게 포효했다.
나성범이 중간에서 기회를 살린 덕분에 한국은 추가점을 올려 중국을 누를 수 있었다. 아직 준결승이지만 나성범의 환호는 금메달을 딴 것처럼 통쾌했다.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나성범은 자신의 국가대표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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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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