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기대하게 했던 거포들. 그러나 이들이 방망이가 아닌 발로 접전 흐름을 깼다. 적극적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노력이 균형을 무너뜨리는 득점이 되며 야구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상대해 7-2로 승리했다. 5회말부터 본격적으로 득점이 터져 나오며 승리에 필요한 충분한 점수를 벌었지만, 과정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반 주루 플레이 실수가 연이어 나오는 등 매끄럽지 못했다.
답답했던 한국의 공격 활로를 뚫은 것은 4번 박병호였다. 기대했던 홈런은 아니었지만 박병호는 팀이 중국과 2-2로 맞서던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외야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그리고 1사 나성범 타석 때 상대 투수의 폼을 빼앗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2-2의 균형을 깬 것은 나성범이었다. 5구째에 나성범이 친 공은 왼쪽 파울구역으로 갔는데,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타구를 중국 야수들이 잡지 못했다. 새로운 기회를 얻은 나성범은 곧바로 치찌핑의 6구째를 통타해 중전 적시타로 박병호를 불러들여 3-2를 만들었다.
1루에 출루한 나성범은 자신의 발로 득점을 추가했다. 나성범은 후속타자 황재균 타석 때 작심한 듯 2루로 뛰었다. 공이 빠지면서 2루에서는 세이프. 공이 2루수 글러브에 맞고 튀는 순간 나성범은 고민하지 않고 3루로 달렸고, 중국 야수들이 주저하는 사이 과감히 홈까지 파고들었다. 완벽한 세이프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공이 태그하기 좋게 오지는 않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나성범은 간발의 차로 득점에 성공했다.
찬스를 만든 박병호, 그리고 해결과 동시에 빠른 발과 적절한 선택으로 추가득점을 도운 나성범의 활약이 묶이며 한국은 4-2로 앞섰다. 이 2점으로 완전히 흐름을 가져온 한국은 이후 더욱 힘을 냈다. 특히 6회말에 박병호는 선두 손아섭과 김현수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무사 1, 2루 찬스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시원한 3점홈런으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2-2에서 승리를 굳혀 나가는 과정에는 이태양의 호투, 그리고 쐐기를 박는 박병호의 3점홈런도 있었지만 5회말에 나온 이들의 역동적인 주루 플레이도 충분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의 중심인 4번, 그리고 뛰어난 장타력을 바탕으로 클린업의 뒤를 받치는 6번타자가 발로 스스로 득점권까지 가는 적극성을 보인 것이 타선을 깨웠다.
이들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는 금메달 결정전 상대인 대만 공략 해법까지 제시했다. 거포들의 장타가 터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이날 경기와 같이 기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표팀 주전 멤버들은 포수인 강민호를 제외하면 도루를 해낼 수 있는 능력도 모두 일정 수준 이상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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