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에서 예상보다 고전하며 전 경기 무실점도, 전 경기 콜드게임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푼 것은 분명 큰 수확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잠시 잃어버렸던 질주 본능을 되찾았다.
한국은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중국과 준결승전서 5회초까지 2-2,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선취점을 뽑으며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주루플레이 미스로 추가점에 실패했다. 그러더니 3회초와 4회초 연달아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을 내줬다.
그러자 한국은 다리로 흐름을 바꿨다. 5회말 박병호의 도루를 시작으로 중국 배터리를 공략, 5회에만 도루 3개를 성공시키며 다시 앞서갔다. 박병호가 2루를 훔쳐 1사 2루가 됐고, 이어 박병호는 상대투수 폭투로 3루까지 밟았다. 1사 3루에서 나성범의 적시타로 3-2 리드, 곧이어 나성범도 2루를 훔치고 상대 수비 에러에 편승해 홈까지 질주했다. 이후 한국은 볼넷으로 출루한 황재균도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중국 배터리에 패닉을 선사했다. 6회말 한국은 박병호의 스리런포로 7-2, 승기를 잡았고 끝까지 리드를 유지하며 경기를 끝냈다.

지금까지 장타력으로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린 한국 타선이지만, 도루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도 많다. 중국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야수 중 강민호를 제외하면 모두가 베이스를 훔칠 줄 안다. 백업 내야수인 김상수와 김민성 또한 얼마든지 도루를 할 수 있다. 특히 김상수는 올 시즌 도루 51개로 도루 부문 정상에 자리 중이다.
결국 중국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만과 결승전서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상대투수의 퀵모션을 파악하고, 배터리의 빈틈을 공략하는 부분이야말로 한국야구의 최대강점. 4일 만에 대만과 다시 만나는 만큼, 응용플레이를 펼치기도 쉽고, 전력분석도 충분히 됐다.
대만 포수진 장진더는 만 21세, 주리런은 만 20세, 린쿤셩은 만 27세에 불과하다. 린쿤셩이 지난 4경기 중 3경기에 선발 출장했는데 2루 송구가 특별히 뛰어나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대만 투수들 대부분의 퀵모션도 느렸다. 빠른 공을 갖고는 있으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예투수들로 주자를 묶는 능력은 부족했다.
물론 단순히 도루만 노리라는 말이 아니다. 출루시 리드폭을 크게 하면서 대만 배터리에 ‘도루’란 두 글자만 머리에 심어놓아도, 내야진 전체가 분주해진다. 수비 공간은 좁아지고 볼카운트 싸움도 소극적이게 된다. 그만큼 안타가 나올 확률은 높아진다. 한결 편하게 점수를 뽑을 수 있다.
대만은 결승전에서도 역시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으며 여전히 한국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 쟝샤오칭을 전망하고 있으나, 결승전인 만큼 모든 투수를 대기시켜 놓을 것이다. 한국전에서 호투한 천관위와 뤼지아런의 등판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승부는 모른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완승할 수도 있고, 중국전 중반처럼 시소게임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세밀함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최대한 살린다면, 한 순간에 흐름을 가져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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