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의 한 판 승부만 남았다.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에는 완벽한 경기도 있었고, 중반까지 어렵게 끌려간 경기도 있었지만 지나간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모습은 남은 한 경기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은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준결승에서 박병호, 이태양 등의 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상대로 7-2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대만과의 한 판 승부를 통해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한다.
결국 예상대로 대만과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대만과의 조별예선 경기는 10-0, 8회 콜드게임 승리였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회말까지 9득점했지만 이후 3회부터 7회까지는 1점도 얻지 못했다. 물론 마운드가 대만 타선을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분명 칭찬할 부분이었다.

2회까지의 대만, 그리도 3회 이후의 대만 중 금메달 결정전에서는 후자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1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1점도 주지 않고 한국 타선을 묶은 천관위, 류중일 감독이 선발로 예상한 장샤오칭 등을 공략하는 것이 금메달이 든 상자를 열 수 있는 키다.
우선 승리를 위한 조건들은 갖춰져 있다. 이재학과 이태양이 8이닝을 책임지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1이닝을 던진 한현희는 투구 수가 13개에 불과해 필요할 경우 결승전 등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타선의 중심인 4번 박병호와 5번 강정호도 나란히 홈런을 때리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하루 만에 새로운 전략이 나올 수는 없다. 마지막을 앞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다잡는 것이 전부다. 준결승전에서 1회말과 2회말에 주루사가 나오며 중반까지 2-2로 팽팽한 경기를 했던 점이 결승전에 임할 선수들에게는 경각심과 적당한 긴장을 불렀을 수 있다.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부정적이지만 하루 뒤에 가장 중요한 경기를 남겨둔 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2번의 주루사는 결승전을 위한 쓴 약이 될 수 있다.
주장인 박병호의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병호는 준결승전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오늘은 야수들의 안일한 플레이로 인해 어려웠다. 오늘의 플레이는 나빴지만, 긴장해서 내일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경기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이 다음 경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했다.
박병호의 말을 통해 유추해보면 적절한 긴장은 경기에 도움이 된다. 이는 야구뿐만 아니라 여러 스포츠 종목의 선수와 지도자들이 경험을 통해 아는 내용이다. 지금 야구 대표팀에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건강한 종류의 긴장감이다.
적정 수준의 긴장감, 그리고 결승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평소와 같은 한 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 해야만 하는 이유가 늘어나면 부담이 쌓인다. 경기보다는 한 타석, 한 타석보다는 공 하나만 생각하는 단순한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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