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믿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 10번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성공이라고 평가를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큰 변수가 있다는 뜻이다.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더 그렇다. 결국 믿을 것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덜한 마운드와 수비다. 그래서 우리의 금메달 전선도 한층 밝아질 수 있다. 대만에 비해 비교우위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문학구장에서 대만과 야구 결승전을 치른다. 예선 3경기를 모두 콜드게임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27일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7-2로 이기고 순항을 거듭한 끝에 결승에 올라왔다. 초반에는 고전했지만 오히려 느슨한 양상의 경기를 많이 했던 대표팀을 다잡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모든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결승전만이 남았다.
객관적인 전력은 단연 최강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대만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타선은 고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만은 결승전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거의 모든 투수들이 대기할 전망이다. 벌떼 작전으로 우리 타선의 흐름을 끊어가겠다는 움직임이다. 타자 유형, 상황에 따라 많은 투수들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 타자들로서는 매 타석 다른 투수들과 상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낯선 투수에 적응을 하려면 타자들은 시간이 걸린다. 피차 처음 만나는 상황이라면 투수가 유리하다는 것도 그래서 그렇다. 우리 타자들이 홍콩이나 중국의 처음 보는 투수들에게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만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도 그랬다. 잘 나가다 세 번째로 마운드에 오른 천관위에게 꽤 고전했다. 이런 양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타격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경기 구상이 꼬일 수 있다.
하지만 마운드와 수비가 있어 든든하다. 이날 대표팀은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로 나선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상대적으로 좌타자가 많은 대만을 봉쇄할 선봉장으로 손꼽힌다. 대만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양현종도 여차하면 대기한다. 그 외 준결승에 나섰던 이재학 이태양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대만에 비해 우리가 물량과 질에서 뒤질 이유가 없다.
수비도 비교우위다. 대만은 예선전 당시 수비가 매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초반 기선을 내줬다. 경기 중반 이후에는 안정을 찾았다지만 전체적인 기본기에서 우리보다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은 대회 내내 수비에서는 한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내야는 오재원과 강정호를 중심으로 그물망 수비를 짰고 외야수들의 감도 찌릿하게 살아갔다.
설사 타선이 낯선 투수들에게 고전해 팽팽한 승부가 되더라도 우리가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실수다. 긴장으로 인한 실수나 과욕이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중국전에서 나온 두 차례의 오버런이 상징적으로 증명했다. 돌려 말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면 한국의 금메달을 가로 막을 마땅한 변수는 없다는 뜻이 된다. 대표팀이 탄탄한 기본을 등에 업고 금메달 환호성을 지를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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